낙타는 비교적 온순한 동물이다. 하지만 화가 나면 침을 뿌리거나 발로 차고 물기도 한다. 멸종보호종인 낙타는 거의 가축화됐고 야생 개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 중앙아시아와 중국, 몽골 등지의 쌍봉낙타와 이집트'사우디'인도 등의 단봉낙타로 구분하는데 남미 안데스 산지의 라마도 낙타과에 속하지만 몸집이 작고 혹도 없다.
낙타는 우리 역사에서 '만부교'(萬夫橋)사건으로 유명하다. 고려 태조 때인 942년 요(遼) 태종 야율덕광(耶律德光)이 사신과 낙타 50마리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사는 '겨울 10월, 거란에서 사신을 보내어 낙타 50필을 가져왔다'고 썼다. 하지만 태조는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의 무도함을 질책하며 사신을 섬으로 유배시키고 낙타는 개경 만부교 밑에 매어 놓아 굶겨 죽였다. 이후 거란은 수차례 고려를 침입했고, 낙타는 전쟁을 부른 한 동인으로 우리 기억에 남았다. 조선 광해군 때 쌍봉낙타를 궁궐에서 길렀다는 기록도 보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의심 환자 2명이 29일 확진 판정을 받아 국내 메르스 감염자가 10명으로 늘었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생한 뒤 아랍에미리트'요르단 등 중동지역에 확진자가 집중된 감염병이다. 사우디 단봉낙타와 접촉해 감염'전파됐다는 보고가 있다.
메르스는 고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심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데 사스와 유사하나 사망률은 6배 정도 높다는 보고다. 아직 치료제와 예방 백신이 없어 손 씻기 등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유일한 예방책이다.
중동지역 외에 한국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고 계속 확산 중이어서 큰 걱정거리다. 감염병은 물샐 틈 없는 방역망으로 초기에 환자를 격리'치료하는 선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처와 소홀한 감시 체계 때문에 감염자가 빠르게 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문형표 보건부 장관은 29일 "개미 한 마리 지나치지 않게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재 확진 판정된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관리 중인 인원만 120명에 이른다고 한다. 보건안전을 무시한 당국과 허술한 공중보건망으로 인해 국민이 큰 위험에 처했다는 점에서 낙타와의 또 다른 악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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