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르스 확진 15명 중 8명이 비격리자…정부 초동 방역 '오진'

2차 감염 급증, 왜?

지난달 20일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환자가 15명이나 발생하면서 "정부는 도대체 뭘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염력이 약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고 격리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등 초기 방역에도 실패, 환자 수를 늘렸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자발적 신고에만 의존한 방역체계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14명의 2차 감염자 중 절반을 넘는 8명이 정부의 격리 관찰 대상자에서 벗어나 있던 사람이었다. 발병 초기 정부의 방역망이 허술했음을 보여주는 점이다.

감염 환자 중 F(71) 씨, I(56) 씨, J(79'여) 씨, L(49'여) 씨, N(35) 씨는 첫 환자인 A(68) 씨와 같은 병동 혹은 같은 층에 있었을 뿐 병실은 함께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L씨의 남편인 M(49) 씨와 비감염자의 보호자로 A씨에게 감염된 O(35) 씨도 같은 이유로 자가격리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F씨가 격리 관찰 대상자가 아닌 사람 중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을 받자 검사 범위를 넓혀 재검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다른 6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견됐다. 나머지 1명은 A씨와 같은 병실에 있었음에도 신고 없이 해외 출장까지 간 K(44) 씨다.

환자의 계속되는 증가에는 환자 혹은 의심환자와 의료진의 신고 의식 부족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시민들의 신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부의 대응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의료진이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의심자가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경우 각각 200만원의 벌금을, 의심자가 자가격리를 거부하면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벌금형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첫 환자인 A씨가 증상이 나타난 이후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열흘 가까이 여러 병원을 전전한 것은 메르스 감염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나 의료기관의 보고는 없었다.

A씨와의 밀접 접촉 사실을 숨기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중국 출장까지 간 K(44) 씨 사례 역시 관련 법 규정이 환자나 의료기관의 신고에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K씨는 16일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메르스 감염 환자 A씨와 접촉했지만 이를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은 채 11일간 회사에 출근하는 등 일상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2차례나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K씨를 진료한 의료진은 K씨가 중국 출장을 간 뒤에야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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