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민국 에너지 寶庫 불 밝힌 경북] <4>원자력발전 명과 암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가 상용화할 때까지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원자력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가 상용화할 때까지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원자력을 '징검다리 역할'로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진은 월성원전 전경. 경북도 제공
지역 환경단체들은 최근 영덕원전백지화범군민연대 발대식을 열고
지역 환경단체들은 최근 영덕원전백지화범군민연대 발대식을 열고 "더는 안전하지도 않은 원전 신규 건설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호 기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단위국토면적당 전력 밀도와 전기화 속도가 제일 높다. 이는 전기 수요가 지나치게 증가됐다는 의미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는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전력 수급원으로 원자력 발전을 꼽는다. 결국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의해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29%로 확정했다. 현재 25% 수준인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현재 추가로 신규 발전소를 건립 중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비안전성과 비경제성을 주장하며 정부의 정책과 맞서고 있다. 더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의 명암(明暗)을 들여다봤다.

◇유가등락 영향 없는 '안보' 에너지, 설비수출 규모 車 100만대와 맞먹기도

◆물가 240% 뛰는 동안 전기료는?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비용은 매우 경제적이다. 특히 연료비뿐 아니라 위험부담에 따른 사회적 비용, 2012년 말 대폭 상승한 원전해체 비용 등의 사후처리 비용을 모두 원자력발전단가에 반영하더라도 원자력은 석탄, 천연가스, 태양광 등의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다.

또한 2014년 1월에 발표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원자력발전에 대해 사고위험 대응비용 추정 값, 정책 비용 등을 모두 추가하더라도 발전소 이용률 80% 이상일 때에는 그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인 원자력발전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1982년부터 2010년까지 29년간 240%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18.5% 증가하는데 그치는 등 원자력발전은 안정적인 국가 경제발전과 수출 경쟁력 제고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100% 국산화를 이룬 원자력발전기술은 국내 산업계 전반의 경제 활성화에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09년 아랍에미리트 해외건설 사상 최대 수주액인 총 400억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했다. 이는 쏘나타 승용차 100만 대 또는 유조선 180척 수출과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액 2013년 1,496억달러

현재 세계는 빠른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 에너지 블랙홀이라 불리는 중국과 인도의 무서운 에너지 수요 증가로 세계는 에너지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중동국가의 석유산업 국영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가스공급 중단 사태 등 에너지 공급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들이 확산하면서 이제는 에너지를 국가안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점이 됐다.

2013년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수입에 쏟아부은 돈은 총 1천496억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약 29%에 달하고 있다. 이 중 화력발전의 연료인 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수입액이 99%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원자력발전 원료인 우라늄 수입은 약 0.5%에 불과할 만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에너지 수입액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선박'자동차'반도체의 수출액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 많은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이 빈약하고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에너지는 불안정한 유가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준 국산 에너지'로, 산업발전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에너지 안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상용화 징검다리 역할

우리나라 소비에너지 중 화석연료의 비중은 현재 85.2%로, 3.5%인 신재생에너지보다 24배나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풍력'수력'조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서 필요한 발전량을 얻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정부의 의견이다.

그래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보급이 활발해질 때까지 원자력에너지를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는 기조를 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자력은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지속해야 하는 현실적 에너지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로 개발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그 중간단계에서 원자력의 활용은 필수"라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사고확률 100분의1, 이게 안전?…설비·가동 비용 오름세 경제성도 의문

◆부실부품 '뇌관'도 못믿을 판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은 '과학에 대한 신뢰,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표현한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더 이상 원전이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맞서고 있다.

원전의 사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11년 현재 전 세계 원전 수는 모두 577기다. 이 중 사고 후 수습이 거의 불가능한 초대형 사고가 전 세계에서 빈발하게 발생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폭발,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4기 등 모두 6기에서 초대형 사고가 있었다. 산술적 계산만으로 원전 사고 확률은 100분의 1 정도이다. 하지만 항공기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1천만 분의 1 정도라고 알려진 것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수치다.

여기에 지난 2013년 검찰 수사를 통해 원전에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부품들이 다수 공급된 것이 드러났다. 산자부'한수원이 강조하는 '과학에 대한 신뢰'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린 상황에서 무의미하다.

지난 2012년 독일의 국영방송사는 '후쿠시마의 거짓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해당 원전의 건설과 점검에서 발생한 전력회사, 학자, 공무원 등이 얽힌 '원전그룹'의 부패를 고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고 당시 총리였던 칸 나오토 의원의 입을 통해 애초 표고 30m 위에 지으려 했던 원전이 비용을 아끼려 10m 이하에 지어져 지진해일의 피해를 크게 입었다는 점을 폭로했다. 또한 원전 검사 등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들이 원전 시설물의 문제점들을 은폐하도록 '원전그룹'의 강력한 압력이 있었음도 전했다. 결국 지진해일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미 지나친 낙관과 유착 은폐 등으로 사고의 단초들은 쌓여가고 있었던 셈이다. 국내에서는 '원피아'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에 대한 신뢰'는 공허한 수사일 뿐이다.

◆해체·안전·갈등 비용까지 합치면?

올 2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사전평가서(이하 사전평가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재래식 발전원인 원자력'석탄화력'가스화력 등 에너지원별 발전단가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은 1㎾당 55원이 드는 원자력이다. 석탄화력이 1㎾당 63.4원이며, 가스화력이 1㎾당 155.8원으로 나타났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은 어떨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4년 공개한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태양광'해상풍력'육상풍력발전의 경우 지난 2013년 현재 발전단가는 각각 1㎾당 246.74원, 216.72원, 118.83원이다.

현재로는 원자력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향후 20년까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재래식 에너지원인 원자력'석탄화력'가스화력은 점차 비싸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보강 설비비용이 7조5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영덕'삼척 등지에서의 신규원전'송전탑과 선로에 대한 갈등비용과 원전의 폐로와 해체 비용도 포함돼야 한다. 이에 반해 신재생에너지는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갈수록 발전단가가 저렴해져 2035년쯤이면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이 60원대까지 내려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역전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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