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손실이나 실망스러운 경험을 하였을 때 인간은 누구나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는 경험을 하거나 갑자기 실직을 하거나 친구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등 우리 인간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사건은 수없이 많다.
보기에도 참혹하다고 느껴질 만한 일을 당했으면서도 태연스레 그 상황을 잘 극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우울해져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의 정도가 심해서 체중 감소나 자살 기도, 죄책감, 일상생활의 장애 등이 있을 때에는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비교적 일상생활에 장애가 적은 경우도 있고, 소화불량, 피로감, 변비, 두통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을 신경증적 우울이라고 말한다. 해가 지면 좀 살 것 같다가도 날이 새면 더욱 우울해지는 이상야릇한 마음의 병이다.
상담 일을 하던 중 몹시 우울하다는 어느 청년의 전화를 받았다. 외국유학에서 여러 가지 악기를 오래도록 공부하여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뿐 아니라 외가가 부자라 무남독녀로 자란 어머니는 호텔을 경영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셨지만 1천억원이 넘는 재산가를 어머니로 둔 덕분에 그 청년은 40억원짜리 집에 혼자 산다고 하는데, 마음은 늘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고급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을 친구로 두고 있다고 했지만, 모두가 그 청년을 우려먹을 생각만 한다고 했다. 지금 자신에게 돈이 있으니 그들은 자신을 좋다고 하지만, 만일 반대로 자신이 그들에게 얻어먹을 형편이 되면 과연 반겨줄지를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돈이 많아 그 청년은 일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았고, 열등감, 패배감, 허무감, 의욕상실, 소외감, 사회에 발붙이지 못한 좌절감 등이 청년에게 심리적인 불균형을 일으켜 청년을 우울의 늪에 빠뜨린 것으로 보였다.
쉽지 않겠지만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우울도 감히 덤비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문명인을 사로잡는 만성적인 병이 바로 우울증이라고. 모든 것이 우열로 가늠되는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시대적 조건이 우울을 낳는다. 기계문명에 환멸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우울증의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새로운 의욕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문명의 극치에 다다른 문명인들은 기계문명에 환멸을 느끼고 허무감과 소외감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우울에서 벗어나기란 어렵다. 그래서 예방책은 오직 지속적인 마음 관리뿐이다. 일이나 사물을 대할 때 긍정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말아야겠다.
유가형/시인·대구생명의전화 지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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