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단 재생사업 "공장 빼라" 말 바꾼 대구시

시, 서대구산단 10개 업체 부지 매입 추진 알려져 논란

올해 말 서대구산업단지 재생사업 착수를 앞두고 대상 지역 내 공장을 옮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대구시가 도중에 계획을 바꿔 일부 구역을 매입할 것으로 알려지자, 해당 구역 입주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절차에 따라 관련 설명회를 열었던 만큼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대구산단은 국토부가 2009년 '노후산단 재정비 우선사업지구'로 선정한 서구 상리동 일대 266만2천㎡ 규모다. 시는 2012년 사업비 1천721억원(국비 861억원'시비 860억원)을 들여 이곳 도로를 확장하고 주차공간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운 뒤 '이와 무관한 건축물의 재산권은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입주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 이어 2013년 9월 시는 서대구산단 입주자 일부를 모아 놓고 "퀸스로드 인근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략사업인 '신소재 융복합 콤플렉스'를 짓고,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 등 기업지원시설을 조성한다"는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올 3월, 시가 부지 매입을 전제로 전략사업구역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온 서구 중리동 퀸스로드 일대(4만1천㎡)에 약 2만㎡ 규모의 현재 공장부지(10개 업체)가 포함된 사실이 이 구역 입주기업 관계자 20여 명에게 알려졌다. 이들은 "공장 이전 동의도 얻지 않고 땅을 매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재생사업지구를 지정하거나 중요 사항을 변경할 때 해당 재생사업지구에 속한 공장 소유자 등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노상훈 ㈜삼양 대표는 "우리 공장은 1968년 서대구산단이 생기기도 전에 세운 가족의 재산이자 서대구산단 역사의 시발점"이라며 "도중에 사업 계획을 바꾸고 기업들을 내쫓겠다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입주자도 "사업 계획을 바꿨다면 매입지 관계자들을 따로 모아 동의를 구하고 매입'이주 대책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대구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설명회 한 번 열고 제 책임을 다한 듯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전략사업구역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끝나지 않아 관계자들에게 직접 고시할 의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는 올 7월 타당성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산단 내 모든 매입 대상지에 대한 보상을 시작하고 연말쯤 도로와 주차시설 등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의견 청취를 위한 설명회를 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야 매입 예정지와 방법 등이 확정되므로 벌써부터 문제 삼기는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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