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신종 병 유행할 때마다 휘청거리는 보건행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환자가 급증하면서 국민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지난달 31일 현재 15명으로 늘어난데다, 집단생활을 하는 군에서조차 병사 중에서 의심환자가 나타났다. 설마 하던 '메르스 공포'가 일파만파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이 분위기에 편승한 악의적인 괴담까지 SNS 등을 통해 공공연히 나돌아 민심까지 흉흉해지고 있다.

메르스 환자는 비(非)중동 국가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병했다. 게다가 중국 출장을 간 40대 의심환자가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았다. 의료진의 만류에도 중국에 간 이 환자 탓에 함께 탑승했던 승객 등 수백 명이 추적조사를 받는 소동이 벌어졌고, 그의 이동경로와 접촉자 파악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거 사스 파동으로 7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던 중국과 홍콩이 추가 감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외래 전염병에 대한 방역 당국의 초동대응 실패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이웃 나라에까지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메르스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 관리 등 초기 대응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새로운 병이 나타날 때마다 방역체계가 허술하고 뒷북행정이나 되풀이한다면 많은 국민 세금을 들여 갖춰놓은 보건 인력과 장비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때마다 장관이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메르스가 확산하느냐 진정되느냐는 이번 한 주간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금으로서는 3차 감염을 통한 확산 방지와 변종 발생을 막는데 정부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또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응이 늘 이렇게 사후약방문식이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때는 보건당국이 빨리 판단해 국민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방역 상황도 즉각 알려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났듯, 초기 대응 미숙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가 이미지까지 해친다. 나아가 국민도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나 감염 의심 증세를 숨기지 않고,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거나 여기에 부화뇌동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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