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공무원연금법은 일시 진통제
삼킬 수도 뱉어낼 수도 없는 계륵
공무원 수 줄여 재정위기 벗어나야
삼킬 수도, 뱉어낼 수도 없는 계륵(鷄肋)성 '일시 진통제'와 같은 개정 공무원연금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말을 꺼낸 지 458일 만에 종지부를 찍은 개정 공무원연금법은 거대한 이익집단이 힘으로 몰아붙이면 뭐든지 원하는 것을 챙길 수 있음을 보여준 참 나쁜 법이다. 4천500만 국민은 공무원연금법 수혜자와 그 가족을 포함한 500만 명을 위한 호구로 전락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동년배 공무원 지인은 "그거 별로 신경도 안 쓴다"고 하더니 말 그대로 됐다. 조금 더 내고, 약간 덜 받는 구조를 만들었지만 6년 뒤 도로아미타불이다. 개정 전에는 20년을 넣어야 탈 수 있었는데 이제는 10년 넣으면 수급이 되도록 공무원의 손을 번쩍 올려주었다. 지독한 개악이다.
이제 남은 카드는 두 장이다. 한 장은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이다. 청와대는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시시한 데 대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사퇴시키면서까지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새누리당조차 "쟤가 왜 저래?"라며 무시했다. 개정 공무원연금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쉽지 않다. 비록 공무원연금 개혁의 내용이 국민 눈높이에는 반(半)의 반(半)도 들지 않지만, 떼쓰는 야당에 끌려다닌 여당이 어떻든 합의를 끌어냈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 개혁마저 물 건너 간다. 위험부담이 크다.
최선은 아니지만 받아들인 뒤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공적연금이 국민연금과 과도한 차이가 나지 않도록, 또한 세대 간 도적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개혁의 불을 댕겨야 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과 연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해주는 우(愚)를 범함으로써 향후 대통령령을 포함한 모든 행정입법이 제왕적 국회로부터 시시콜콜 농락당할 수 있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고려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남은 한 장의 카드는 영국 총리 캐머런식 공무원 개혁이다. 2014년 7월 현재 영국 인구는 6천374만여 명으로 세계 22위, 우리나라는 5천139만여 명으로 세계 26위이다. 그런데 영국 공무원은 대략 43만여 명, 우리나라는 100만여 명이다. 영국은 148명당 1명, 우리나라는 51명당 한 명이 공무원이다. 어떤 곳은 주민의 절반이 공무원에 육박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영국 공무원들은 우리보다 대략 3배 이상 업무를 맡는다고 보인다. 그런데도 캐머런 총리는 공무원을 10만 명이나 줄이겠다고 선포했다. 20% 이상 자르는 슬림화를 통해 만성적인 공무원연금 적자를 개선하고, 국가부채도 해소하겠다는 의지이다. 공무원연금을 담당하는 노동연금부 공무원도 3만 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공무원들도 당연히 집단 반발에 나서 선거에서 앙갚음하겠다고 했지만, 유권자들은 임기 동안 9만 명을 자른 캐머런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캐머런은 집권 2기에 개혁의 강도를 훨씬 높였다. 캐머런은 IT기술 발달로 인한 자동화, DT(데이터 테크놀로지) 등으로 공무원 조직을 줄여도 업무 차질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머릿수를 줄여서 현재 860억파운드의 재정 적자를 2019년까지 70억파운드 흑자로 돌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이런 개혁, 우리 국회는 왜 못할까. 공무원 관련 집단 500만 명을 염두에 두느라, 4천500만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즉생의 심정으로 공무원 숫자를 줄이지 않으면 빚으로 또다시 나라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연금 줄일래, 머리 수 줄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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