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모(65) 씨는 수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 채식주의자로 변신했다. 채식을 하며 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믿음 때문이다. 소화 기능이 약한 편이라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불편한 점도 이유였다. 하지만 기대만큼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나 몸이 퉁퉁 부었고, 신발에 발이 들어가지 않거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병원을 찾은 정 씨는 단백질 부족에 따른 부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 씨는 "1주일에 고기를 2, 3번 먹기 시작하면서 부종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몸이 붓는 부종은 흔하게 겪는 증상이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야식을 먹고 잤다면 얼굴이 붓거나 푸석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일상생활 속 부종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러나 이유없이 오랫동안 붓고, 살이 빠지지 않거나 몸의 일부분만 붓는다면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수분이 혈액 속에서 빠져나가는 게 원인
부종은 혈관 안에 있는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조직 내에 고인 상태를 말한다. 부종이 생긴 부위는 부풀어오르고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며 누르면 피부가 일시적으로 움푹 들어간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젊은 여성들에게 가장 흔한 부종의 원인은 여성호르몬이다. 생리를 하기 전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높아진다. 에스트로겐은 수분을 혈액으로 끌어들이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혈압이 오르고 혈관이 확장되며 편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생리가 시작되기 수일 전부터 부종과 유두에 울혈이 나타나고, 복부 팽만감이나 불편감, 주기적인 불안, 우울, 권태감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생리가 시작되면 증상이 약해지고, 생리가 끝나면 사라진다.
부종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부종도 있다. 아침저녁으로 몸무게가 1.5~2㎏가량 차이가 나거나 복부 팽만감과 함께 주기적으로 다리와 손, 얼굴이 붓는다. 오전보다는 오후 늦은 시간에 더 붓고, 온몸에 힘이 없으며 우울감과 소화장애, 피로감 등을 많이 느낀다. 주로 20, 30대에 잘 발생하며 폐경 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폐경기가 지난 여성들도 부종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혈액 내 단백질이 부족해 혈관 속의 수분이 조직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다. 혈액 속의 단백질 성분인 알부민은 수분을 혈액 속으로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데, 식사량이 적고 영양이 부족하면 체내에 알부민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도 부종의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콩팥의 부신피질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염분의 대사작용을 막아 부종의 원인이 된다.
◆오랫동안 붓거나 일부만 붓는다면 질환 의심
부종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거나 특정 부위만 붓는다면 질병의 증상일 수 있다.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심부전증, 간경변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의 증상으로 부종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인 경우 자주 붓는다면 콩팥 기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고혈압약을 장기 복용할 경우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콩팥 질환이 오기 전에 부종이 이따금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콩팥 질환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오면 몸의 에너지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에너지로 바뀌지 않고 남은 물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 고인 물을 주변의 지방 조직이 흡수하면 크기가 커지면서 딱딱해지거나 주변 부위를 압박하고 순환을 방해해 다른 부종을 일으킨다.
신체의 일부분만 붓는 국소 부종이라면 혈액이나 임파선의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해 발생하거나 염증 등 알레르기에 의한 경우가 많다. 정맥 부전이나 림프관이 막힌 경우, 염증이나 국소적인 과민반응 등이 원인이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경우 다리가 붓는 것도 일종의 정맥순환 부전이다. 오래 앉아서 공부하거나 작업한 후에 다리가 붓는다면 정맥순환이나 임파선이 눌려서 생기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약물로 인해 부종이 생기기도 한다. 주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소염진통제)나 혈관 확장제, 칼슘 통로 차단제, 알파 차단제 등 항고혈압제, 스테로이드호르몬제, 면역 억제제 등도 부종을 일으킨다.
◆손가락으로 눌러 5초 내에 회복돼야
부종이 있는지 확인해보려면 발목의 복숭아뼈 위쪽 부위를 엄지로 2, 3초가량 꾹 누른 뒤 5초 이내에 푹 파인 자국이 사라지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손목 등 관절부위나 종아리 앞쪽을 눌러봐도 된다. 부종의 원인이 심장질환이나 간질환, 신장질환, 갑상선 질환인 경우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먼저다. 원인 질환을 쉽게 치료할 수 없다면 부종이 있는 다리를 높게 하거나 자주 누워 쉬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고탄력 스타킹이나 붕대로 다리를 조이면 수분이 빠져나가 이뇨 작용을 일으키므로 부종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이뇨제를 먹으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장기간 이뇨제를 사용하면 심장이나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부종 대부분은 원인이 생활습관이나 비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따라서 몸의 수분과 염분을 줄일 수 있도록 식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특히 스트레스와 체중 조절은 필수다. 살이 찌면 혈액순환이 안돼 부종이 지속되고 살이 안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승필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지 말고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채소나 고구마, 바나나, 키위, 포도와 같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면서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뭉쳐 있는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부종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도움말 정승필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