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저녁 대구시민회관 그랜드 콘서트홀에서는 시민회관이 기획하는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의 한 프로그램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독일적인 악단인 '북독일방송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 연주회는 시민회관 입장에서는 특히 음향적인 면에서 재개관 이후 콘서트 전용홀로서 최상의 울림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가치 있는 연주회였으며, 음악적으로도 프로그램과 관현악단의 수준을 통틀어 독일 음악의 진수를 느끼게 해 준 음악회였다. 필자 개인에게는 눈물의 감동으로 한순간도 긴장과 전율이 끊이지 않았던 또 하나의 최고 연주회였다. 시민회관의 기획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연주회를 통해 공간 울림의 뒤집힘 현상이 없어짐을 확인한 것도 공간 울림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는 적지 않은 소득이었다. 차제에 이미 확보되어 있는 비용으로 최종 음향보강공사계획을 조심스럽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직감하였다.
이날 연주 곡목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말러의 교향곡 제1번 '거인'이었으며, 특별히 말러의 거인은 제2악장에 '꽃의 악장'이라 불리는 '블루미네'가 삽입된 1893년 함부르크 버전의 대구 초연이었다.
아라벨라 슈타인바허의 협연으로 진행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바이올린과 관현악 앙상블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열연 후 5회가 넘는 커튼콜의 답례로 연주한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솔로소나타 또한 최상의 기교와 음악적 완성도를 객석에 선물하였다. "말러를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말러의 '거인'은 음악 자체로 거인다웠으며, 지휘자와 단원들의 생동하는 열연이 말러를 거인으로 치켜세웠다. 긴장을 풀 수 없었던 감동이 지속되다가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1악장부터 금관악기 주자들이 연주 중에 무대로 들어오는 약간의 불안함을 감수한 무대 뒤에서의 금관앙상블 연주가 절묘하였으며, 객석에서는 처음 접하는 제2악장 '블루미네'의 트럼펫 독주와 앙상블이 참으로 황홀경을 경험하게 하였다. 젊은 연주자에서부터 은발의 악사들이 이루어 내는 파도의 출렁임 같은 액션들은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그 누구라도 감동하게 할 만큼 그들 자체가 음악이었으며, 무대를 보면 음악을 알 수 있게 될 만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평소에 다소 무겁다고 느꼈던 '거인'이 이렇게 상쾌하고 환희를 주는 음악일 것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쉬 끊어지지 않았던 기립박수의 물결. 지휘자 '토마스 헹엘브로크'는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바그너의 '로엔그린' 제3막 전주곡. 트롬본을 위시한 금관악기가 팡파르로 로엔그린의 결혼을 알리며 뻥 뚫린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앙코르도 말러의 반음계주 음악의 스승격인 바그너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이 그저 존경스럽기만 했다.
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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