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사시·녹내장…시력 잃어가는 이진영 군

캄보디아 출신의 진영이 엄마는 아들의 사시 교정 치료비와 녹내장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캄보디아 출신의 진영이 엄마는 아들의 사시 교정 치료비와 녹내장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틈만 나면 욕설을 퍼부었고 주먹을 휘둘렀다. 진영이가 배 속에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임신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도 많았다. "그때는 아기가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저와 아이 모두에게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되돌아보면 그때 제 행동으로 진영이의 눈이 저렇게 된 것 같아 정말 미안해요."

진영이 엄마는 결국 출산한 지 1개월 만에 아이를 둘러업고 집을 나왔고 새로 취업한 공장 기숙사에서 단둘이 생활했다. 남편의 그늘에선 벗어났지만 생계를 위해 공장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진영이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맡겼다.

고된 살림에 사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늦게 알았다. "일을 하느라 진영이와 함께한 시간이 별로 없어서 눈에 이상이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우연히 찾은 동네 병원에서 사시가 심하다는 말을 듣고, 수술까지 받게 됐어요."

사시는 수술 후 완전히 교정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지만 진영이는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 수술 후 맞춘 시력 교정용 안경도 5살 때 처음 썼던 것 그대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진영이 반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찾은 동네 안과에서는 녹내장이 의심돼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한 엄마는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하루가 멀다 하고 넘어져 무릎, 턱 등에 상처를 입고 오는 아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 "요즘은 학교 칠판 글씨는 물론 책 글자도 잘 안 보인다고 해 걱정이에요. 더 늦기 전에 수술해야 할 텐데 평생 병을 안고 살까 봐 걱정이에요."

◆거듭되는 불행과 시련

전남편과 이혼한 진영이 엄마는 새로 취업한 공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성실한 데다 친아버지처럼 진영이를 대하는 마음씨에 반해 어렵지만 새 출발을 결심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사고에 또 한 번 좌절했다. 남편마저 한쪽 시력을 잃는 불행이 찾아온 것이다. 남편은 지난해 2월 진영이 외가인 캄보디아에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동네 아이가 놀면서 휘두른 대나무 가지에 왼쪽 눈을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캄보디아의 큰 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뒤 부랴부랴 한국으로 들어와 검사를 받았지만 찔린 눈은 영영 볼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새 출발을 해보자고 나선 길에 생긴 사고에 처음엔 너무 어안이 벙벙했어요. 몸이 아파도 어떤 일이든 해보려는 남편이 참 안쓰러워요."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은 뒤 남편은 다니던 공장 일도 그만뒀다. 1년간 실직 상태로 있던 남편은 지인의 소개로 주류제조공장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했지만 이 일마저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한쪽 눈으로만 작업하는 탓에 남은 눈마저도 시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기계를 다루다 생긴 상처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국적이라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진영이 엄마는 본인의 병원비도 걱정이다. 진영이를 가졌을 때 발견한 자궁근종으로 한 달에 한 번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10만원이 넘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진영이가 '엄마는 왜 날 미리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느냐'는 말을 하는데 그때마다 엄마로서 면목이 없어요. 게다가 남편까지 한쪽 눈의 시력을 잃게 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요."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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