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험 판매 금융복합점포, 설계사 생존권 위협"

보험대리점 일제히 반발 서명운동

금융 복합점포에서의 보험상품 판매 허용 여부를 두고 보험설계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설계사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이달 중순까지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복합점포는 은행'증권'보험 등 다른 업종이 함께 입주해 고객에게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다. 올 초 은행과 증권에 우선 허용됐으며, 금융 당국은 보험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대리점협회는 1일부터 100인 이상 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복합점포 반대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할 소속 설계사는 약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등 대구경북 일부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은 지난달부터 서명에 돌입한 상태다.

설계사들은 지난 2004년 방카슈랑스 반대 때처럼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고 있다. 방카슈랑스에 이어 보장성 보험까지 판매하면 설계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박경아 설계사는 "고객 입장에선 아무래도 은행권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보험설계사 간 경쟁이 치열한데 은행까지 나서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보험사도 반발하고 있다. 복합점포 허용은 '방카슈랑스 25% 룰'을 깨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한 은행에서 한 보험사 상품 판매 실적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는 룰을 적용했는데, 복합점포에 들어간 은행계 보험사는 이와 관계없이 상품을 팔 수 있다. 은행이 같은 계열 보험을 직접 팔지는 않아도 결국 고객에게 계열사 보험 가입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런 논란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복합점포 입점 관련 공청회를 일단 연기한 상태지만 언제라도 현실화될 수 있다. CEO연구원 고건영 컨설팅 팀장은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 관련 업종이 한곳에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설계사들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보험설계사의 일자리 상실,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을 심도 있게 고려해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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