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역사가 이야기와 테마로 색다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무미건조한 지하역사 공간이 건강, 전시'공연, 관광 등 역사별 특성에 맞춰 시민이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1, 2호선 59개 역 중 55개를 대상으로 역 특성화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현재까지 49개 역이 각자 테마를 적용해 특성화 작업을 마무리했고, 3개 역은 올해 안에 완성할 계획이며 나머지 3개 역은 앞으로 2, 3년 안에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역당 들인 예산은 평균 200만원으로, 지역 기관과 단체의 협조를 얻어 큰돈 들이지 않고 이뤄낸 성과라서 의미가 깊다.
◆'테마'로 빛나는 역사들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김광석 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경대병원역 3번 출입구 벽면에 최근 김광석 길을 안내하는 대형 모자이크가 설치된 것. 김광석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는 타일 벽면에 김광석 길 구석구석을 담은 사진과 예술작품을 수놓았다. 도시철도공사는 중구청과 김광석 길 운영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이 같은 작품을 마련했다. 새 야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가 들어설 대공원역에는 야구를 주제로 한 전시관이 예정돼 있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의 역사와 대표 선수를 소개하는 사진과 글로 꾸민다. 이 외에도 유명 선수의 유니폼과 야구 방망이, 글러브, 사인볼 등 다양한 전시물을 선보인다. 새 야구장 개장에 맞춰 팬 사인회도 열 예정이다.
현재 이 역사 지하 1층 공간에는 '힐링댄스 문화마당'이 마련돼 청소년 댄스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벽면에 가로 4m, 세로 2m의 대형 거울 2개와 소지품 보관 선반, 의자가 설치돼 있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여가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치유와 문화의 장
도시철도 이용을 위해 무심히 지나치던 지하 역사가 '치유의 공간'으로 달라졌다. 역 주변 병원과 연계해 무료건강검진을 벌이는 '간이 병원'이자, 지압시설 등 생활 속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영대병원역에 설치된 자가정신건강진단 측정기의 설문에 답하면 필요한 진단'진료를 알려준다. 벽면에는 성인병 등 각종 질병에 대한 정보와 예방법을 안내해 놓았다. 경대병원역에선 인근 4개 병원이 돌아가면서 매주 건강검진을 벌이고 있다. 송현역과 신남역, 수성구청역 바닥에는 지압길이 조성돼 있고, 발마사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역사는 전시와 공연이 이뤄지는 문화의 장으로 시민에게 한발 더 다가가고 있다.
칠성시장역에는 짚풀문화연구회 대구경북지부와 협약을 맺고 기증받은 짚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짚공예의 유래와 짚의 효용에 대한 해설 액자를 달아 관람을 돕고 있다. 3~11월 매주 수요일(오전 10시~오후 2시)에 짚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체험교실도 열린다. 전시관 옆에는 투호, 팽이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방촌역은 미술관으로 꾸며졌다. 역사 대합실과 복도 벽에 46점의 명화가 걸려 있다.
◆역사를 담고 관광을 안내하다
역들은 각종 전시물을 통해 지역의 역사를 담아냈다. 선사시대부터 대구가 품은 역사를 만화와 캐릭터 조형물로 표현했다.
반야월역에는 팔공산을 중심으로 동구 곳곳에 이야기로 남아 있는 '왕건 기행 스토리'를 만화로 풀어낸 전시물이 있다. 후삼국시대 팔공산 일대에서 벌어진 왕건과 견훤의 공산전투 과정과 의미를 짚었고, 현재 동구 지명인 파군재, 불로동, 반야월, 안심 등의 유래를 설명했다. 역사 속 인물을 만화 캐릭터 입간판으로 꾸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상인역 계단에는 달서구의 '선사시대로'를 홍보하는 작품이 설치됐다. 이곳에선 진천동 입석과 대천동 청동기 유적 등 2만 년 전부터 달서지역에서 살아온 선사인이 남긴 문화유산을 지도와 사진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대구 관광을 위한 안내판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양교역에는 아양 명소 전시관이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아양기찻길, 아양루, 벚꽃둑길, 옹기종기행복마을 등 금호강을 배경으로 한 주변 관광지 18곳을 총망라해 소개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앞으로 3호선으로 특성화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대합실과 승강장 등 체류공간이 좁은 3호선의 특성을 반영해 설치물보다 전시와 래핑 위주로 꾸미고, 역사 바깥 공간을 활용해 공연 등 각종 이벤트를 벌이려고 한다.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도시철도 역사를 단순히 승객이 오가는 죽은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여유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이 행복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다"며 "3호선 개통에 발맞춰 역별로 특화된 사업을 발굴해 감동을 주는 도시철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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