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신종 감염병 폭풍에 대한민국 방역 체계의 부실함이 드러났다.
서툰 대응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도 막지 못했고, 수차례 거듭된 말 바꾸기로 국민들을 집단 불안에 빠뜨렸다. 부실한 방역 체계와 감염병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맞물리며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국내에 첫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받은 지난달 20일, 보건당국은 전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공항과 항만에서 검역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감염 환자와 2m 이내, 1시간 이상 같이 있었던 이들과 감염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는 방역망을 가동했다.
증상이 없는 이들은 자가격리를 하고, 증상이 있으면 의심환자로 분류해 국가지정 격리 병상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을 대상으로는 "낙타와 접촉한 경우에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낙타와 접촉하지 않으면 메르스를 예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불어나며 세계 3대 메르스 감염국이 됐다. 감염병이 발생하는 상황을 보며 통제 수준을 조절하는 현행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초기 단계 기준이 느슨하다 보니 환자들이 방역망을 새나갔다. 같은 병실이 아니더라도 같은 병동이나 같은 층에 있던 환자들이 생겨났고, 밀접 접촉자인데도 해외로 버젓이 출장을 나가는 사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메르스는 사람 간의 전염이 쉽게 이뤄지지 않아 가족이나 의료진도 마스크 착용 등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면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만 거듭했다.
보건당국은 자가 격리가 메르스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메르스 첫 환자 A(68) 씨의 경우, 의료기관 4곳을 거친 후에야 보건당국이 메르스 의심환자라며 조치에 들어갔고, 이는 2차 감염 환자를 다수 발생시키는 원인이 됐다.
보건당국은 방역 초기 메르스 치사율이 40%에 달하지만 환자 1명이 0.6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으나 실제로는 최초 확진자로부터 20여 명이나 감염됐다. 사망자도 2명이나 나왔다.
3차 감염을 막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3차 감염은 없다"고 자신하던 보건당국은 3차 감염자 2명이 동시 발생하자 "이번 3차 감염사례를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판단하며),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허술한 방역 시스템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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