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귀농 통계조사' 결과, 전국 1만1천144가구(1만8천864명)의 귀농 인구 가운데 2천172가구(3천688명)가 경북으로 왔다. 전체 귀농인 가구의 19.5%다. 2위인 전남(1천844가구)과 3위인 경남(1천373가구)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압도적 1위.
2004년부터 11년째 '귀농 1번지 경북'을 지탱해온 경북의 힘은 뭘까?
농업 전문가들은 경북도와 시'군이 연계된 귀농 종합지원시스템 구축 등 경북의 앞선 지원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시'도에 비해 땅값이 저렴해 귀농 초기비용이 낮다는 점은 물론 고소득 작목이 풍부하고, 억대 농업인을 많이 배출하는 경북도의 농업인 양성 노하우, 발 빠른 귀농인 지원조례 제정, 풍부한 귀농정책 정보 등이 전국의 귀농인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최근 '경상북도 귀농'귀촌 활성화 방안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2023년까지 귀농'귀촌인 5만 명 유치가 골자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열악한 환경 속에도 11년 연속 귀농 1위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귀농이 가진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엄청난 만큼, 유치와 지역 정착에 총력을 기울여 지역 사회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적극 육성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매일신문은 귀농 1번지가 된 경북의 비결을 10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첫 번째는 예천으로 가봤다.
◆슈퍼 푸드 '마카'로 '억대 연봉' 꿈꾼다.
페루의 인삼이라 불리는 슈퍼 푸드 '마카'를 재배하는 윤종대(39) 씨. 그는 국내 일부 농가에서 시험적으로 생산해 오고 있던 마카 재배를 성공해 전국 농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품종에 과감히 도전, 부농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1일 예천군 용궁면 월오리 '마카' 농장. 지난달 수확을 마친 윤 씨는 마카 종자 채취(채종)에 정신이 없었다. 2천㎡ 규모의 하우스 4동에서 생산된 마카는 인터넷, 농협공판장 등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kg당 4만2천원 수준으로 비싼 편이지만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다.
윤 씨는 "마카가 페루의 해발 3,800m 이상 안데스산맥에서 자생하는 페루의 산삼이란 게 알려지자 수확 1주일 만에 동났다"며 "최근엔 재배 방법을 묻거나 씨앗을 찾는 농민들의 문의 전화만 500여 통을 받았다"고 했다.
윤 씨는 군 제대 후 서울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하다 위장병 악화로 그만두고 지난 2012년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잠시 쉬러 왔다. 힘든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을 거들기 시작하면서 농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예천군의 귀농인 교육에 참석해 마카를 접하게 됐고, 안동생물자원연구소 권중배 박사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마카 재배에 들어갔다. 윤 씨는 "국내 일부 농가들이 마카를 재배했지만 원산지인 페루와 다른 기후 때문에 실패한 농가들이 많다"며 "상품성이 우수한 마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정확한 매뉴얼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윤 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파종한 마카를 올해 4월 중순부터 수확해 모두 500㎏을 캣다. 5천여만원의 소득이 들어왔다. 농사 기간 6개월로 이기작이 가능한 점으로 미뤄 조만간 억대 연봉을 올릴 전망. 마카는 습한 곳에서 퇴비 및 병충해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씨를 심을 때 코팅된 종자로 직접 파종하는 것이 핵심. 하우스 외 별다른 자재가 필요 없으며 파종할 때 3일, 풀 제거 때 3일을 제외하곤 혼자서도 충분히 재배 가능하다고 했다.
◆예천 최초 블루베리 재배, 부농의 꿈 이뤄
"신이 내린 자연의 선물 블루베리는 우리 가족들에게 부와 꿈 모두를 이뤄 준 고마운 존재가 됐어요."
천연 블루베리 농원을 경영하는 박장원(52) 씨. 귀농 8년 차인 그는 예천에서는 최초로 블루베리 재배에 성공, 연간 1억5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경북 대표 귀농인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자동선반 가공업체를 운영했던 그는 지난 2008년 잘나가는 사업체를 접고 가족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귀농을 결심했다.
"서울 토박이인 아내, 장래희망이 농업인인 큰아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장소를 찾던 중 2007년 가족과 함께 우연히 찾은 예천곤충엑스포 행사장을 둘러보고 예천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박 씨는 귀농 후 예천군의 도움으로 빈집에서 5개월간 생활하다 2008년 농장 인근에 집을 짓고 휴경농지 1만909㎡와 중고 경운기를 구입한 뒤 농사에 본격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옥수수 농사를 지어 7천여만원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대 명예교수 이병일 박사의 제안으로 5천여㎡에 블루베리를 심어 연간 1억2천만원 소득을 올리는 억대 농업인으로 탈바꿈했다. 나머지 6천여㎡에는 사과를 재배해 연간 3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공한 부농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씨는 지난 2012년 예천농산물축제와 경상북도 친환경 농산물품평회에 유기농 블루베리를 출품해 각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을주민 4명과 함께 곤충 벤처농가 '그린에듀텍'을 설립해 식용곤충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예천으로 귀농을 고려 중인 이들에게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막연히 귀농에 대한 환상만 갖고 아무런 준비 없이 예천으로 왔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귀농 자금은 기본이고 체력에 맞는 농사규모와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귀농인 교육이나 멘토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법고시생에서 예천 귀농인 회장으로
약도라지 재배로 억대 귀농 신화를 쓰고 있는 법학도 귀농인도 화제다. 3천967㎡ 규모의 약도라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덕근(40) 씨.
예천 출신인 그는 연세대 법학과를 나와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부모님 건강 악화로 인해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겹쳐 2011년 귀농했다.
박 씨는 귀농 후 경북대와 안동대에 개설된 농업학교를 오가며 공부한 농업 6차산업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예천자연사랑농원이라는 농산물 유통사업체를 설립했다. 안동생물자원연구소 권중배 박사의 약도라지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재배를 결심, 이듬해부터 약도라지와 호두, 참깨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약도라지는 일반 도라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뿌리가 많은 것이 특징. 특히 인삼에 많다고 알려진 사포닌 성분도 일반 도라지보다 3배나 많다. 일반 도라지는 1~2㎏당 1만~2만원 선에 팔리는 반면, 약도라지는 1뿌리당 10만~20만원 선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3년생 약도라지의 경우, 한 포기 무게가 0.5g~1.5㎏에 이르고, 뿌리는 20~50개 정도이며 성장 속도는 일반 도라지보다 2배 빠르기 때문에 판로만 확보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박 씨는 현재 9만9천여㎡에 달하는 논밭에 약도라지와 참깨, 콩, 호두, 자두 등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해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사일은 대학 졸업 후 사법시험에만 매달렸던 박 씨에게 큰 만족감을 안겼다. 손수 키운 약도라지가 온라인을 통해 팔려나가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농사가 손에 익자 2012년부터는 도시인의 '힐링'을 위한 농촌민박 사업도 시작했다.
귀농을 반대하던 부인은 이제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고, 연간 수입도 웬만한 도시 직장인 수준이다. 지난해부터는 예천군 귀농인 회장을 맡아 귀농인 유치와 정착을 위한 멘토 역할까지 하고 있다.
박 씨는 "내가 최고 경영자라는 생각으로 유통마케팅을 통해 농산품의 값어치를 올려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예천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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