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4절까지 불러야 참 애국자인가?
참된 애국은 국민의 4대 의무 다하는 것
황교안 총리 후보자 증여세 등 탈세 의혹
사법정의 왜곡하고 국가근본 해치는 것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헌법 가치 수호는 나라 사랑에서 출발하고, 나라 사랑의 출발은 애국가"라며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지 못한 검사들을 질타했단다.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1970년대 매 맞아 가며 국민교육헌장을 강제로 외우던 그 시절에는 애국가도 4절까지 꽉꽉 채워 불러야 했다.
애국가는 반드시 4절까지 불러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존중받아야 한다. 나라 사랑을 남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존중받아야 할 것은, 애국가를 1절만 부르는 것만으로도 애국심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견해다.
애국가는 몇 절까지 불러야 할까? 1절로 충분하다는 사람들이 있고, 4절까지 불러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서 관행은 공식행사에서 국가는 1절만 부르는 것이다. 4절까지 불러야 성이 차는 사람들이 이게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나, 그렇다고 자신들의 주관적 취향을 남들에게까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라는 얘기는 아니다. 주관적인 애국욕은 얼마든지 사적으로 충족시킬 수가 있다. 자기 집의 현관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그리고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함께 애국가를 4절까지 봉창하는 것이다. 거기에 가족까지 참여시키면 더 좋을 것이다.
짜증 나는 것은, 그러잖아도 대한민국에는 애국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A매치도 아니고, 프로팀 운동경기 하는 데에도 애국가부터 트는 나라가 또 있을까? 게다가 도처에 널린 게 그 빌어먹을 자칭 애국자들. 그렇게 나라 전체가 애국가와 애국자들이 차고 넘치는데, 나라 돌아가는 꼴은 왜 이렇게 개판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남에게 짜증을 유발하지 않고 올바로 애국하는 방법이 있다.
첫째, 자신의 애국질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 둘째, 왼손이 하는 애국질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자, 그렇게 혼자 조용히 애국하는 길이 있다. 바로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납세, 병역, 교육, 근로의 의무. 이 중에서 교육과 근로는 차라리 권리에 속하니, 중요한 것은 납세와 병역이다.
자, 이런 관점에서 애국가 4절까지 부르는 황교안 씨의 주관적 애국이 과연 객관적으로도 애국인지 따져 보자. 먼저 황교안 애국자는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서 피부병 때문에 군대 못 갔다는 얘기는 그를 통해 생전 처음 듣는다. 물론 정말 사정이 있어서 못 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최소한 애국질을 하더라도 좀 근신하면서 했으면 좋겠다.
둘째, 황교안 후보자는 총리 지명 사흘 전에 딸에게 증여했던 1억원에 대한 증여세 450만원을 납부했고,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5월 26일에는 종합소득세 3건을 뒤늦게 납부했다. 원래 안 내려던 세금을 총리로 지명된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2013년에도 아들에게 3억원을 증여하고 세금을 안 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그뿐인가? 그는 '전관예우'에 '전화변론'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건 소득 누락을 통한 탈세의 문제를 넘어 사법정의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근간을 해치는 짓이다. 군대 빠지고 세금 빼먹고 정의를 갉아먹는 좀벌레 짓을 해도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면 애국자가 되고, 심지어 총리가 된다. 그러니 애국이 넘칠수록 나라가 개판이 될 수밖에.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정부패가 아예 출세를 위한 필수 스펙이 되어 버린 나라에서, 그들을 탓해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저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조용히 제 존재의 주제를 파악하고, 제발 그놈의 애국질만 좀 삼가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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