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건 싫어! 최근 연예계 스타들의 결혼식 문화가 바뀌고 있다. 특급 호텔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하객 및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한 식을 올리던 게 일반적인 분위기. 인기가 많을수록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관련 업체들의 협찬 전쟁까지 더해져 연예계 전체를 시끌시끌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하고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는 케이스가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정선의 한 민박집에서 비밀리에 식을 치른 원빈과 이나영의 예를 통해 연예계 신트렌드로 불리고 있는 스타들의 소박한 결혼식을 살펴봤다.
원빈-이나영, 강원도 정선 산골에서 조용히 백년가약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 소식은 참으로 갑작스러웠다. 연예계 내 호사가들을 통해, 또 문제적 루머의 온상인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온갖 종류의 '설'이 떠돌았지만 막상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았다. 원빈-이나영 정도의 '급'이라면 결혼 준비가 시작되자마자 어떤 식으로든 외부에 알려질 수밖에 없거늘 이렇게 조용하게, 식이 끝난 뒤에야 알려지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도 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산골 민박집에서 가족들과 식을 올리고 철저히 비밀에 부쳤으니 소문이 돌지 않았던 게 한편으로는 당연하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2013년 7월 그들의 열애 과정을 카메라에 포착해 보도했던 한 온라인 연예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한 매체가 톱스타 커플의 열애 소식부터 결혼식까지 단독 보도했으니,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간에 결과적으로는 참 대단한 성과다. 이 매체에 따르면, 원빈과 이나영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 강원도 정선의 덕우리 인근 한 민박집에서 가족 친지 50여 명만 초대해 소박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원빈과 이나영의 소속사 이든나인이 공개한 몇 장의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의 결혼식은 실제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새파란 풀밭을 배경으로 정장과 웨딩드레스 차림의 원빈과 이나영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물론, '명품 외모'를 지닌 선남선녀가 절경과 어우러지니 그것만으로 화보가 따로 없다. 다만 시끌벅적했던 스타들의 기존 결혼식 분위기와 달라 생소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두 사람의 소속사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용한 예식을 치르고 싶은 마음에 준비 과정에서 미리 알리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며 "둘이 함께 예식이 열릴 들판을 찾고 테이블에 놓일 꽃 한 송이까지 직접 결정하며 준비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이름 없는 밀밭 작은 오솔길에서 결혼식을 진행했다. 양가 부모님의 축복 속에 결혼서약을 하고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의 첫발을 내디뎠다. 결혼식 후 초원 위에 가마솥을 걸고 가족들과 따뜻한 국수를 나눠 먹었다"고 결혼식 분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같은 날, '하늘이시여' '맏이' 등에 출연한 연기자 윤정희의 결혼 소식도 화제였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양가 친인척만 모인 가운데 6세 연상의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했다는 내용이다. 윤정희 측에서는 "남편이 일반인이라 외부에 알리기보다 조용하게 식을 올리고 싶어했다. 발리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현지에서 신혼여행을 즐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정희의 결혼식은 해외에서 자주 이뤄지고 있는 일종의 하우스 웨딩 형태다. 윤정희와 새신랑은 가족들과 함께 여유롭게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은 결혼식' '극비 결혼식' 스타 누가 있나?
소박하고 작은 결혼식, 또는 조용하게 식을 치른 후 외부에 알린 스타들은 그 외에도 많다. 앞서 2013년 6월 서태지도 돌연 자신의 팬 사이트에 글을 올리며 이은성과의 결혼 사실을 알렸다. 평창동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식을 치렀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8월 이효리와 이상순의 결혼식 역시 소박하게 진행됐다. 제주도의 자택에 가족 친지 및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조용하게 치렀다. 워낙 비밀이 많은 서태지야 당연히 '극비 결혼'을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효리의 경우는 의외였다. 국내 가요계의 대표적인 톱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인물이라 결혼식은 대부분의 스타들이 그러하듯 '폼 나게' 진행할 수도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게 사실. 하지만 톱스타의 이미지보다 결혼 전부터 서서히 드러냈던 소셜테이너의 면모에 걸맞게 '스타 결혼식'의 틀을 깨고 평범함을 택했다. 당시 이효리 역시 "인생의 중요한 날인 만큼 평범한 딸이자 며느리로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으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뮤지션 커플 조정치와 정인은 아예 결혼식 자체를 생략했다. 2013년 11월 혼인신고를 먼저 마치고 외부에 이 사실을 알렸으며 그해 12월 지리산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지리산 산행에 나서 결혼식 퍼포먼스를 하는 것으로 둘만의 행사를 마쳤다. 지난 4월에는 김무열과 윤승아 커플이 남양주에서 조용하게 야외 결혼식을 치렀다. 역시 수백 명 하객 및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는 없었다. 업체들의 협찬 경쟁도 없었다. 같은 달 김나영은 제주도에서 소규모 하우스 웨딩 형식으로 식을 마친 뒤 자신의 SNS에 소식을 전했다. 봉태규와 하시시박도 5월 서울의 한 야외 카페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다.
이처럼 연예계에 소박하고 조용한 결혼식을 올리는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스타들의 경우 결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쌓이는 피로를 안고 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동건과 고소영의 케이스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두 사람의 경우 준비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연예 매체들의 취재 열기가 과열됐고 결국엔 서너 달 전 확정적인 보도가 나왔다. 그때부터 결혼식 일정, 웨딩드레스와 예물, 식장과 부대 행사 및 하객 등 식과 관련된 세부적인 부분 하나까지 뉴스거리가 됐다. 고소영이 어떤 드레스를 선택하는지, 장동건의 손목에 걸쳐질 예물 시계는 어떤 브랜드가 될지 이목이 집중됐고, 업계 관계자들의 협찬 전쟁도 치열해졌다.
연예부 기자들은 청담동의 웨딩숍을 일일이 뒤져가며 두 톱스타의 결혼과 관련된 뉴스거리를 찾으러 발품을 팔아야 했다. 결혼식에 쓰이는 부케의 종류와 가격까지 화제가 되는 상황. 이쯤 되면 장동건과 고소영 두 사람의 입장 역시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원하는 예물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온갖 주변 여건을 고려해야 하고 청첩장 역시 무작정 지인들에게 뿌리고 다닐 수 없다. 식장의 환경을 고려해 인원수를 제한해야 결혼식 당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 당일에는 몰려든 취재진까지 배려해야 한다. 결혼식이 축복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부담스러운 '무대'가 되어버린 셈이다.
스타들의 소박한 결혼이 이어지는 건 이런 '피로감'과 무관하지 않다. 스타라는 명칭에 걸맞게 화려한 식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그날만큼은 조용히 가족의 일원으로, 온전히 서로의 배우자로 자리하고 싶은 그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어떤 방식이 더 좋아 보이는가를 따지기보다 본인들이 원하는 걸 따라가면 그만이다. 물론, 어떤 형식을 택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적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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