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걸고 떼고 무한반복…불법 현수막 작년 17만7천여 개

아파트 분양·음식점 홍보 등

4일 대구 달서구 진천네거리 부근에 아파트 분양 광고 불법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4일 대구 달서구 진천네거리 부근에 아파트 분양 광고 불법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4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진천네거리 한 모퉁이에는 아파트 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 세 개가 층층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유천네거리로 이어지는 길 양옆으로도 아파트 분양이나 음식점, 마트 광고 현수막이 잇따라 걸려 있다. 유천네거리 위 보행자가 신호대기하는 인도 네 군데도 아파트 분양 광고가 점령했다. 주민 진현태(35) 씨는 "정비가 안 된 간판도 눈에 거슬리는데 현수막까지 도로에 난무해 도심 도로가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 열기가 이어지면서 불법 현수막이 도심 곳곳을 점거하고 있다.

불법 현수막은 처벌 기준이 약한 탓에 단속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내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지정게시대에 설치하거나 다른 곳에 설치하려면 해당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며 어길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단속 인원이 구청별로 2~4명이라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단속되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이 미미하다.

이 때문에 불법 현수막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느는 추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강제 철거된 불법 현수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4만3천486개였던 강제 철거된 불법 현수막 수는 2012년 17만108개, 지난해는 17만7천714개로 23.8% 증가했다. 올해도 3월까지 4만923개가 강제 철거됐다.

불법 현수막이 최근 기승을 부리는 데는 아파트 분양시장이 뜨거워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다 현수막을 통해 손님을 끌려는 음식점이나 마트 등이 늘고 신규로 창업에 뛰어든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것도 원인으로 파악된다. 한 현수막 업체 관계자는 "게릴라식으로 길거리에 걸면 집중도가 높아 신규 창업자들은 길거리 현수막 게시를 선호한다. 또한 현수막 한 장 당 2만원 안팎이라 일단 걸어두고 보자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차량이 모퉁이를 도는 부분에 현수막이 설치된 경우 인도 위의 상황을 알 수 없어서 사고 위험이 있다. 또한 운전자가 주행 중에 현수막 정보에 시선이 쏠려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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