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르스 환자 대부분 감기 몸살 수준
사망자도 대부분 '기저질환' 가진 환자
손 씻기, 기침 에티켓만 잘 지켜도 충분
확산 차단 위해 의료기관 운영지원 절실
중동 지역의 풍토병으로만 여겼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국내에 메르스 환자 1명이 유입됐고, 메르스로 진단받기 전 진료를 받았던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3일 현재 환자 35명이 발생하고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의하면 지난 1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1천154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31명이 사망했다. 산술적으로는 37%의 높은 사망률이지만 사망자는 대부분 고령과 당뇨병, 만성신부전증, 만성폐질환, 면역억제 등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었다. 국내 사망 환자도 고령이거나 신장암 치료 병력, 천식,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로 외국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환자의 대부분은 감기 몸살 정도로 앓고 자연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국내 환자의 치사율은 외국과 달리 10%가량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환자들도 모두 의료관련 감염 형태로 발생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감염 형태로는 발생하지 않았다. 환자가 1천 명 이상 발생한 중동 지역도 대부분 환자와 함께 거주한 가족이나 병원 내 의료진 및 환자들에서 발생했다.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된 지 3주 정도 지났다. 새로운 접촉에 의한 추가 환자는 발생했지만 만약 메르스가 공기 전파라면 훨씬 많은 환자가 생겼을 것이다.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간 환자도 비행기 내 전파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내외 사례를 모두 종합하면 메르스는 기본적으로 의료 관련 감염의 형태로 전파되고 있으므로 격리 대상자들을 2주 동안 철저히 격리 조치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환자들을 조기에 진단해 격리 치료를 시행한다면 메르스가 국내 지역사회로 확산되는 것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 환자로부터 감염된 환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변종 바이러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첫 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염됐으며 바이러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입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에 한 명꼴로 메르스가 발생하고 있는 국가다. 그러나 전파 양상이 변해서 지역사회에 확산되고 있거나 지속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파가 전개되고 있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검사에서도 변이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특별히 전파력이 증가한 변종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어 확산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은 경우 지역사회에서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 메르스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은 일반 국민들은 올바른 손 위생, 기침 에티켓 준수 등의 수칙만 잘 지키면 충분하다.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병원의 의료 관련 감염 관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4일까지 대구에는 지역 내 메르스 의사환자가 없다. 만약 2주 이내에 중동이나 타 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말고 먼저 거주지 보건소에 연락해 보건소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
이번 메르스 환자 확산 사태로 알 수 있듯이 의료 관련 감염 관리는 환자 안전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활동으로 의료진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입원 환자의 면회가 제한돼야 하고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중교통을 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해외여행이 다양해지면서 해외 유입 감염병이 우려되므로 항만과 공항에서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감염병이 유행하는 지역을 경유한 이들은 잠복기 동안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료 기관의 감염 관리 활동과 격리 병실 운영에 대한 비용 보전, 대폭적인 인적'물적 지원 등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전염병 관리 및 감염 관리 활동의 근본적인 수준 향상이 이뤄지고 메르스의 확산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허지안/영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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