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표밭을 챙기느라 비워 놓은 국회 의원회관의 의원실을 지키는 이는 보좌진들이다. 그중에서도 보좌관은 의원이 내놓은 숙제를 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입법 활동과 관련한 통상적 업무는 물론이거니와 언론과의 창구 역할도 도맡고 있다.
의원실 풍경은 비슷하다. 의원실을 찾으면 보좌관이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쉴 새 없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거나, 방문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네네, 잘 알겠습니다. 저희도 온 정성을 쏟아 노력하겠습니다." 전화든, 방문자든 엿듣게 되는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다.
보좌관들에 따르면 하루 평균 수십 통의 전화가 오고, 민원인도 수십 명씩 찾는다고 한다.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의원실 입장에서는 난감한 경우가 많다. 자식이나 친척의 취직 자리를 부탁하고 소송에서 졌는데 너무 억울하니 해결해 달라는 등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풀어줄 수 없는 내용이 다반사다.
그런데도 면전에서 "NO"를 하지 못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이들 한 명 한 명이 유권자이니 마음을 상하게 했다가는 차기 선거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서다. 또 하나는 그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여기까지 문을 두드렸을까 하는 측은지심에서다.
보좌관들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최고의 방법은 경청이다. 베테랑 보좌관일수록 더 들으려 노력한다. 한 보좌관은 "그들이 진짜 억울한 건 누구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데 있다.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하고 나면 가슴속 응어리도 풀린다. 그들이 바라는 건 '해결'이 아닌 '이해'다"고 했다.
이는 경청의 힘이다. 그런데 의원회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국회의사당엔 말하려는 사람만 득실댄다. 귀는 닫은 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입만 내민 모습만 보게 된다. 듣지 않으려니 이해도 없고, 막말을 쏟아내니 으르렁거린다.
새누리당을 보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계파 간 세력 다툼, 힘겨루기 등의 해석이 나오면서 입법 취지와는 상관없는 정쟁 도구로 악용되는 모습이다.
4일에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서 아슬아슬한 신경전까지 벌였다. 김 대표의 "정치권 공방 자제" 주문에 서 최고위원은 "국회법 비판론자 나무라는 거냐"며 발끈했고, 그러자 김 대표는 "야당에 한 얘기니 오해 말라"고 했다.
정치판에서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계산과 전략이 깔렸다지만 그에 앞선 계산과 전략은 경청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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