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주단속 중단시킨 메르스…대구 운전자 마지못해

'불다가 감염되면(?)'

메르스 공포로 인해 입김을 부는 음주감지기를 사용하는 음주운전 단속에 불만을 나타내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메르스가 침이나 접촉으로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어 불특정 다수의 침이 묻어 있는 감지기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직장인 장모(32) 씨는 3일 밤 차를 몰고 집으로 가다 음주단속을 받았다. 장 씨는 경찰이 내민 음주 감지기를 보고 메르스가 침을 통해 감염된다는 얘기가 갑자기 떠올랐고 망설이다 마지못해 입김을 불었다. 장 씨는 "경찰이 앞에 서 있으니 단속에 불응할 수는 없었지만 현장을 벗어난 이후 다른 사람의 침이 묻은 감지기를 통해 메르스가 전파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화도 난다"고 했다.

단속 경찰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감염 우려가 되기는 마찬가지라 운전자와 최대한 떨어져서 단속하고 있지만 내심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감지기에 메르스 환자의 침이 묻으면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감지기에 일회용 캡을 씌우거나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음주단속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감지기를 통한 메르스 감염 우려가 제기되자, 경찰은 메르스 발생지역에서는 당분간 검문 방식의 음주단속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앞차의 뒤를 지나치게 가까이 따라가거나 느리게 운전하는 등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만 단속할 방침이다.

대구는 발생지역이 아니라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음주단속을 시행한다. 하지만 모든 운전자에게 감지기를 내밀지 않고 얼굴이 붉거나 술 냄새가 나는 등 정황상 음주운전의 징후가 보이는 경우 선별적으로 측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감지기를 사용한 경우 소독하고 경찰관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감염 우려를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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