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랑 10cm 고무바로 지하철 환풍구 사고 예방?

안전시설 미비 오히려 사고 우려

지하철 환풍구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일부 환풍구는 통행에 지장을 주고 미관도 해치고 있다.
지하철 환풍구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일부 환풍구는 통행에 지장을 주고 미관도 해치고 있다.

장모(32) 씨는 지난 2일 퇴근길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친구와 함께 두류네거리를 지나 감삼네거리로 걸어가던 중 지하철 환풍구에 설치된 고무바를 발견하지 못해 걸려 넘어질 뻔 한 때문이다. 장 씨는 "환풍구 위로 걷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것 같은데 이런 허술한 시설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며 "오히려 나처럼 걸려서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를 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된 대구도시철도 환풍구 안전시설물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의 우려도 낳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이하 도시철도)에 따르면 큰 도로를 따라 설치된 대구도시철도의 환풍구는 모두 434개(1호선 212개'2호선 222개)로 이 가운데 지면에서 1m 이상 솟아있는 탑형이 362개(1호선 174개'2호선 188개)이고, 나머지 72개(1호선 38개'2호선 34개)가 20㎝ 높이 안팎의 지면형이다.

도시철도는 지난해 16명의 사망자를 낸 판교 주차장 환풍구 추락사고 후 도시철도 환풍구 위를 시민이 지나지 않도록 환풍구 주변에 주의 문구를 달았다. 하지만 손바닥만한 크기의 문구는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 일부 지면형 환풍구에 도시철도가 설치한 안전시설이 되레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감삼역~반고개역 구간 환풍구에는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높이 50㎝ 정도의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돼 있지만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수준의 높이였다. 김모(42) 씨는 "어른 무릎 높이밖에 안 되는 이 가림막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완전히 가리거나 높게 만들어야 안전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에 접한 환풍구 가운데에는 테두리 절반을 10㎝ 높이의 고무바로 설치한 곳도 있어 보행자가 걸려 넘어질 우려가 크다. 지면형이 아닌 탑형 환풍구 역시 그대로 노출된 곳은 각종 물건이 놓여 있어 미관을 해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지면형 환풍구는 1㎡당 500㎏을 견딜 수 있게 설치돼 있기 때문에 보행자가 걷더라도 위험하지 않다"며 "다만 일부 안전시설들은 차량이 올라오는 것을 막거나 빗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사진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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