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일, 안보는 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지고(至高)의 가치, 덕목이다. 반석 위에 굳게 선 안보야말로 국가를 지탱하는 근원이자 기초인 것이다.
시대별로 젊은이들의 느슨한 안보 의식이 사회적 문제로 자주 등장해왔다. 북한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사회적 합의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주적(主敵) 개념이 모호한 이론들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20대들의 안보관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폭격, 북핵 실험 등 안보 정국을 거치면서 젊은 층들의 안보 의식이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보에서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50대보다도 더 적극적이고 강도도 세다. 북의 도발에 기인한 일시적 버블 현상인가, 애국주의로 무장한 '신안보 세대'의 등장인가. 젊은 층 안보관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대 느슨한 안보 의식 도마에 오르기도
1994년 북에서 '서울 불바다 발언'이 터졌을 때 전국에서 라면 사재기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북의 협박, 위협에 시민들은 준(準)전시 상황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렇게 소란스럽던 안보 의식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에 와서 많이 달라졌다.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도 20대들이 전쟁 가능성을 일축하고 오히려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남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시기는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추구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화해와 포용이 기본 태도였고 북을 적보다는 동족으로 보려는 성향이 강했다.
전문가들은 안보관이 느슨해진 이유에 대해 남북한 국력'경제력 비교에서 확고한 우월 의식이 자리 잡았고, 군사력 증강으로 인해 국방력에 신뢰가 생겼기 때문으로 본다. 또한 미국이 군사동맹으로 우리를 지켜준다는 확신이 있었고, 금강산'개성공단 사업 과정에서 북에 대한 막연한 공포'오해가 해소된 점을 꼽기도 한다.
20대들의 독특한 세대 경험이 안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즉 이 세대들이 탈냉전 이후에 태어나 반공 개념에 대해 자유롭고 북한을 적이라기보다는 동족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 거치며 대반전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거치면서 20대의 안보 전선에 이상 조짐이 감지됐다. 군 모집병 비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해병대 지원율이 4대 1에 육박하고 해병 중 군기가 가장 세다는 수색대는 20대 1이 넘었을 정도였다. 당시 안보 정국 속에서 20대들의 안보관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살펴보자.
▶천안함 사태(2010년 3월)=우리 군함이 어뢰를 맞아 침몰하고 연평도의 포연을 지켜보면서 젊은 층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사고했을까.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주적을 묻는 질문에 군에 입대한 젊은이 상당수가 일본, 미국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 과정에서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도발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들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코리아리서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의 근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설문에 20대의 61%가 찬성했다. 50대 이상의 57.9%보다 높은 수치다. 또 김정일 체제 유지에 악용될 수 있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는 답변도 43%로 다른 세대들보다 높았다.
▶연평도 사태(2010년 11월)=연평도 사태 이후 발표된 20대의 안보 의식은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에서 20대들의 안보 공포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보인 응답층이 35.7%로 다른 세대들보다 훨씬 높았다.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 훈련 실시 여부'를 묻는 설문에서도 20대의 76%가 해상 사격 훈련에 즉각 동의했다. 이들은 불과 6개월 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승리를 견인한 '개념 세대'들이어서 이들의 이런 변화가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3차 핵실험(2013년 2월)=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안보 상황 인식에서 가장 우려와 위기의 시선을 보낸 것도 20대들이었다. 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에서 20대의 75%가 '안보 상황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였다. 또 83.4%가 '국민의 안보 의식 수준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역시 세대별 통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올해 들어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여부 설문에서도 20대 찬성이 63%로 나타나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50대와 흐름을 같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 상당수가 당시 군 복무 중이었거나 무력 도발을 경험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런 보수적인 안보관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에 지원한 권예현(대구대 법학과 2년) 씨는 "예전엔 입대가 강제'의무적인 성격이었다"면서 "지금은 국방에 대한 자부심 같은 목적의식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한다. 이런 20대들의 안보관은 자연 발생적이라기보다는 북의 도발에 의한 것이어서 오히려 북에 감사해야 한다는 농담도 들린다. 결국 북한이 연평도로 날린 포탄이 날려버린 건 젊은 층들의 '대북 환상'이요 '북 포용론'이었던 것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박스)거꾸로 가는 청소년들 안보 의식
20대들이 안보 정국을 거치면서 '신안보 세대'로 부상한 반면에 청소년, 중고생들의 안보 의식은 반대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생들의 이런 안보관은 직접적인 대북관의 문제라기보다는 현대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올바른 역사 교육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안전행정부 '국민 안보 의식 여론조사'에서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6'25가 언제 발생했느냐'는 설문에 52.7%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6'25는 누가 일으켰나'라는 질문에서도 '북한이 주범'이라는 응답이 43.8%에 그쳐 심각한 안보 의식 부재를 드러냈다.
2012년 보훈처 '6'25전쟁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도 20대 이하의 23%가 '6'25전쟁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해 충격을 주었다. 이는 다른 세대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수치여서 역사 교육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최진문(54) 편집위원장은 "일선 학교에서의 역사 교육 홀대가 이런 사태를 불렀다"며 "올바른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세워갈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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