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메르스 대책회의도 여야 따로
지금 필요한 것은 신속한 초당적 대처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우리 사회의 재난 대처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발생 초기에 메르스의 전파력을 안이하게 판단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정부의 수습 능력은 분명히 문제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초당적 대처는커녕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정치권의 '무신경'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 차원의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와 공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치권의 발걸음은 느리다. 여야는 4일 메르스 대응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따로 열었다. 새누리당은 오전에 메르스비상대책위 주최로 전문가 합동 간담회를 열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오후에 메르스대책특위 주최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 때문에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이재갑 한림대 교수 등은 여야를 오가며 똑같은 얘기를 되풀이했다. 메르스 대응에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함에도 이렇게 해야 했느냐는 비판이다.
이들은 메르스 대응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이다. 여야가 자체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이들을 불러 의견이나 조언을 들을 수는 있다. 문제는 이들을 더 필요로 하는 곳은 방역 현장이란 점이다. 정치권이 부를 수는 있지만, 방역 현장에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할 이들의 '시간'을 불필요하게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럼 점에 조금만 유의했다면 여야는 '겹치기 출연'으로 이들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여론에 뜨끔했는지 여야는 7일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당내 메르스대책특위 위원장이 참여하는 '3+3' 회담을 열기로 5일 합의했다. 뒤늦은 대응일뿐더러 이틀이나 뒤에 '초당적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너무 굼뜬 행보다. 3차 감염자가 나오는 등 메르스 확산이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여야의 초당적 대처는 더 신속해야 했다.
우려되는 것은 걸핏하면 싸움질만 하는 우리 정치권의 행태로 보아 '초당적 대처'가 잘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4일 오후에 열렸던 새정치연합의 대책회의는 그런 걱정을 낳는다. 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독설만 넘쳤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비판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결과까지 발표해 국민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책임 문제는 사태를 해결한 뒤 추궁해도 늦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제각각의 목소리만 내면 국민은 믿을 것이 없고,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해도 불신만 키울 뿐이다.
실효성 있는 초당적 대처 방안이 나오려면 여야 모두 메르스 사태에서 정치적 계산을 멀리해야 한다. 물론 허술한 초동 대응에 대해 정부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추궁이 아니라 정치권의 긴밀한 공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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