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포통장 명의인 8,389명 등재…9월 '금융질서 문란자'로 낙인

금융감독 당국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대포통장(실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통장)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1년간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두 차례 이상 등록된 8천400명가량을 금융질서 문란자로 올린다. 아울러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당국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골자로 한 금융사기 척결 세부대책을 7일 발표했다. 우선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명의 대여자 정보를 은행연합회가 실시간 공유해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은행연합회에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5만9천260명 중 두 차례 이상 걸린 8천389명을 오는 9월 금융질서 문란자에 등재한다.

금융질서 문란자가 되면 7년간 금융거래가 제한되고 5년간 기록을 보존하게 돼 사실상 12년간 금융거래가 어려워지도록 했다. 금융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소명을 받은 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당국에

고발하도록 했으며,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아울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피해액의 절반)을 져야 하며, 1년 동안 계좌개설 및 비대면거래(인터넷뱅킹 등)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들 8천389명을 분석해보니 남성 67.0%, 여성 28.8%, 법인 명의인 4.2%로 나눠졌다. 두 건이 걸린 명의인이 전체의 84.1%(7천56명), 3건이 11.3%(945명)를 차지했다.

대포통장 명의자로 4건 이상 등록된 사람도 4.6%(388명)나 됐다. 법인 명의를 빼고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25.2%로 가장 많았고 30대(22.3%), 50대(21.2%), 20대(20.0%), 60대 이상(10.4%), 10대 이하(0.9%) 순으로 나타나 20~50대가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금감원은 대포통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9천100만개의 휴면계좌도 거래정지하기로 했다.

휴면계좌의 기준은 ▷잔액이 1만원 미만, 1년 이상 방치 ▷잔액 1만~5만원, 2년 이상 방치 ▷잔액 5만~10만원, 3년 이상 방치한 통장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은행권 전체 요구불 예금계좌(2억 개) 가운데 45.1%(9천100만 개)가 정리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는 13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올해 9월까지는 휴면계좌 정리를 마무리한다.

중지된 계좌를 정상화하려면 금융사를 방문해 금융거래목적확인서를 내야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지원국장은 "휴면계좌 정리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회사별 콜센터를 활용해 적극 홍보해 나갈 것"이라며 "장기간 미사용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통장을 해지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과거에는 노숙인 등 주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포통장 명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취업준비생을 상대로 취업을 미끼로 통장(현금카드) 및 공인인증에 필요한 정보를 빼내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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