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망 CCTV 숨을 곳이 없다.'
지난달 초 새벽 시간, 대구 한 병원에 승합차 한 대가 서더니 운전자가 급하게 병원으로 들어갔다. 20초쯤 뒤 젊은 남자 한 명이 승합차 조수석 문을 열어 운전자 상의를 집어 부리나케 도망갔다.
증인이나 증거가 없어 예전 같으면 '미제 사건'으로 남을 우려가 큰 사건이었지만 경찰은 한 달 만에 범인 A (26) 씨를 붙잡아 지난 4일 구속했다. 또 경찰은 지난 4월 말부터 한 달 동안 A씨가 총 37회에 걸쳐 1천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는 사실을 밝혔다. A씨의 범행은 CCTV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CCTV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은 있지만 경찰들은 수사할 때 CCTV 활용도가 80~90%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 CCTV 통합관제센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관공서에서 설치한 CCTV는 총 7천154개다. 방범용이 3천531개로 가장 많고 청사나 시설물 방호 등을 목적으로 설치된 CCTV가 2천731개다. 이외에 교통 단속 목적이 577개, 쓰레기 투기 감시가 210개, 재난재해가 105개다.
구별로 보면 달서구가 1천222개로 가장 많았고 ▷북구(914개) ▷수성구(762개) ▷동구(692개) ▷달성군(564개) ▷남구(512개) ▷중구(509개) ▷서구(414개) 등의 순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 CCTV는 과거 사건 기록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범인의 행적을 파악해 잡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2일 오전 5시 10분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공원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공원 내 CCTV. 당시 관제센터 모니터요원이 모니터를 통해 이 남성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고 곧바로 경찰에 연락해 잡은 것이다. 당시 그는 범행 사실을 계속 부인하다 CCTV 녹화물을 내밀자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시인했다.
CCTV의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관제센터에 따르면 최근 CCTV는 30~70m 물체나 사람 식별이 가능하고 비명이 나면 소리가 난 쪽을 자동으로 비추는 CCTV도 설치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공서가 설치한 CCTV는 물론, 차량용 블랙박스나 개인이나 기업이 설치한 방범용 CCTV까지 합치면 수십만 대의 CCTV가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셈"이라며 "사건이 발생하면 주변 CCTV부터 살피는 것이 우선이 됐다"고 밝혔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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