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두 번씩 지각 통보
선제방어 해야 할 정부도 허둥대
지금이라도 기선 제압식 선대응을
우리나라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량 발생 사태는 미숙한 행정이 빚은 완벽한 인재(人災)다. 초기에 막을 수 있는 것을 놓치는 바람에 메르스 퇴치 후진국으로 국격이 떨어지고, 7일 저녁 현재 이미 6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5명(치사율 7.8%)이 희생됐다. 메르스 공포 때문에 모처럼 세월호 흔적을 지워가던 상가와 여행지'쇼핑몰이나 시장 등은 또다시 황량한 겨울로 돌아가고 있다.
2003년 중국과 홍콩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크게 유행할 때도 우리나라는 청정국이었다. 의심 환자는 나왔지만 확진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기에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평가받았다.
길목을 지키는 행정과 앞선 의료환경 덕에 사스는 우리나라에 착륙하지 못했다. 국민의 절반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조차 우리의 선진 의료체계를 부러워했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중동에서 묻혀온 메르스에 무참히 나가 떨어지고 있다. 물론 이력을 숨기는 환자나 통제를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의심 환자 때문에 위기가 고조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가장 큰 원인은 2004년 출범한 질병관리본부의 부실한 대응과 정부의 뒷북 행정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최초 환자가 중동 국가를 방문한 사실을 평택성모병원에서 통보받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결핵을 앓고 있던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는 이력조차도 이 환자가 새로 찾아가서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에 이틀 뒤에야 알렸다.
이 때문에 최초 환자가 방문했던 4개 의료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메르스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삼성서울병원도 3차 감염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17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다. 왜 그랬을까, 질병관리본부의 잇따른 지각 대응의 연유를 아직은 알 수 없다. 물론 질병관리본부가 세종시로 근무지가 옮겨진데다 예산이 깎이고, 인력조차 적은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정부는 7일 기자회견에서 6월 중순까지가 메르스 확산의 고비라며 총력전에 나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김종서 전 대구시의사회장을 포함한 의료진들은 메르스를 잡는데 빨라도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확실한 자가격리자는 2천361명이지만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지 못해 빠진 환자들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메르스는 특효약이 없다. 유럽을 포함한 다수의 나라들은 폐렴과 비슷한 메르스에 대해서는 사후 진단시약을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다 적용하고 있다. 신장을 망가뜨려 노폐물을 축적시키는 메르스는 신부전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더 위험하다. 건강한 사람은 지나친 공포에 젖기보다 대증요법으로 면역력을 키우고,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좋은 공기를 마시거나 기침을 올바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침은 손으로 입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팔뚝으로 가려야한다.
2009년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한 기자가 기침을 하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자 시벨리우스 보건부장관이 "누가 저 기자에게 세정제 좀 갖다주라"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팔뚝으로 기침을 해야 한다는 공익광고까지 만들어 돌렸다. 답이 없는 바이러스는 손에 묻으면 오래 살아남는데다 문고리 책상 의자 등을 통해 쉽게 전염되기 때문에 혹 실수로 손으로 입을 가렸다면 즉시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메르스가 아무리 치사율이 높다고 해도 반드시 약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고, 빈 틈이 있기 마련이니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서 기선을 잡으면 메르스를 이길 수 있다. 앞선 자는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다는 한서 좌전의 선발제인(先發制人), 어디 사람에게만 통할까. 메르스부터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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