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르스 2위 國 '코르스' 조롱…사우디 이어 두 번째 발병국

10대까지 발생 학부모 긴장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8일 하루 동안 23명이나 늘어나면서 전체 확진자가 87명을 기록,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최초 환자 발병 이후 확산세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하던 정부의 예견은 빗나갔고 미성년자 환자가 국제적으로 없었다는 보고도 미성년자 환자가 8일 나오면서 또다시 불신의 대상이 돼, 국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8일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와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등에 따르면 메르스 발병 건수는 환자 1천19명이 나온 사우디아라비아가 1위이고, 이어 87명의 한국이 2위로 나타났다. 환자 76명으로 애초 2위였던 아랍에미리트는 3위로 내려앉았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확인된 이후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특정 병원에서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8일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만 확진 환자가 17명이 더 발생하면서 메르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메르스 진원지역인 중동 이외에 가장 많이 퍼진 나라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도 국가별로 1~4명에 그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메르스(MERS) 단어에서 '중동'이란 뜻의 약어(Middle East'ME)를 떼고 한국 약어(KO)를 붙여 '코르스'(KORS)로 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8일에는 첫 10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는 등 '학교 전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 A(16) 군은 지난달 27일 14번째 환자(35)가 방문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현재 A군은 67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당국은 A군이 병원에 입원한 후 메르스 확진을 받은 '병원 내 감염'으로 보고 있다. 내원 후 병원에 계속 머물러 학교 전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메르스가 빠르게 퍼진 이유로 초기 대응의 실패와 한국 병원 문화의 특수성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중동에서 메르스에 걸린 첫 환자(68)가 병원에서 대거 바이러스를 옮기고 나서야 보건당국 방역망에 포착된데다 이 환자의 초기 접촉자 확인에 혼선이 잦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나 예측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감염 관리가 부실하고 가족'문안객 출입이 잦은 병실, 지나치게 북적이는 응급실 등 우리나라의 특수한 병원 환경도 메르스 전파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고 있다.

애초 메르스가 가장 많이 퍼진 곳은 평택성모병원(환자 36명)이었지만 8일부터는 확진자 발생이 정체를 보이고 있고, 대신 삼성서울병원이 환자 34명을 양산하며 '3차 감염 진원지'로 떠오른 것이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금 감염 위험군 집단 규모가 워낙 커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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