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명퇴'와 '중퇴'

'명퇴'와 '중퇴'

김천시공무원노조가 간부공무원(국장'서기관)의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소동이 공직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자리다툼으로 비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해당 서기관은 "인사업무를 맡은 담당 과장이 자신의 승진을 위해 선배를 몰아붙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반면 담당과장은 "나는 승진배수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공무원노조는 "1년 전 승진을 할 때 명예퇴직을 약속했으니 이를 지켜야 한다"며 8일부터 시청 출입구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해당 서기관은 "왜 노조가 법에 규정된 공무원 정년을 갖고 왈가왈부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5일, 김천시 각 부서 담당(6급'계장)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번 일에 대해 논의를 했다. 꽤 긴 시간 논의를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사태의 추이를 두고 보자는 식으로 끝을 냈다고 한다.

이런 공무원들의 자리다툼이 시민들에게는 곱지 않게 보이는 모양이다.

지난 주말에 만난 한 시민은 이번 논란의 핵심인 '명퇴'(명예퇴직)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이 시민은 "간부공무원이 후배들에게 등 떠밀려 퇴직을 하는 것이 어떻게 '명예로운 퇴직'이 될 수 있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생각하기에 간부 공무원이 이런 식으로 퇴직하는 것은 '중퇴'(임기 중간에 그만두는 퇴직)라는 것. 그래서 "앞으로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공직을 끝내는 공무원에게 사용하는 정년퇴직이라는 용어를 바꿔 명예퇴직이라고 부르고, 다양한 이유로 임기 전 퇴직하는 경우는 중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 시민의 농 섞인 제안을 듣고 있던 주변의 몇몇 이들은 이에 동조하며 이번 사태를 만든 인사권자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능력에 관계없이 자리를 나누다 보니 이런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인사적체를 겪고 있는 공직사회에서 고위 공무원이 후배들을 위해 한두 해 먼저 자리를 비워주고자 퇴직을 신청하는 것은 아름다운 양보가 될 수 있지만, 승진을 하면서 언제 퇴직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은 결국 자리를 나누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후배들을 위해 명예로운 퇴직을 결단하는 선배 공무원들이 세간에서 '중퇴 한 공무원' 소리를 듣지 않도록 김천시 인사권자와 공무원들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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