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메르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극복하자

정부와 정치권의 협력체계 구축

국민 스스로 확산방지 노력해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가 울릉도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바이러스를 퍼트릴 우려가 다분히 있는 자가격리자가 배를 타고 섬 여행에 나섰는데도, 당사자나 해당 보건소 모두 모르고 있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부의 방역 혼선은 병원 명단을 발표할 때도 불거졌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병원 24곳의 명단을 공개한 후 3시간 만에 일부 오류가 발견돼 수정하는 소동을 빚은 것이다.

정부가 여론의 질타 속에 첫 확진 환자 발생 18일 만에야 병원 명단을 밝히고, 대립 양상을 보이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메르스 퇴치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갑론을박을 일삼으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던 정치권도 초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5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격리자를 내고서야 겨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의료기관이 메르스의 재난을 벗어날 수 있는 역량 결집에 나선 셈이다.

정부가 초동대응에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병원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이었다. 해당 병원과 환자 접촉 가능자들에 대한 공개 시점이 1주일만 빨랐어도, 신고체계를 좀 더 앞서 구축한 가운데 병의 확산을 훨씬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국민도 스스로 의심스러운 상황을 체크하며 자신의 노출 여부를 일찍 확인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메르스 쇼크에 보건당국의 대응이 부실한 것도 한심한 일인데, 여야 정치권이 충돌하고, 중앙과 지방정부마저 엇박자를 낸다는 것은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국민을 공황 상태로 몰아가는 행위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호미로 막을 일을 뒤늦게 가래로 막는다고 용을 쓰는 형국이다. 이제 정부는 메르스 대응에 관한 한 더 이상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8일 현재 확진자가 90명에 이르고 격리 대상자가 2천500명을 넘어선 지금, 메르스는 어느 특정 기관만의 노력으로는 퇴치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국민도 사회 전체의 보건과 타인의 건강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메르스 방역에 있어서 최고의 처방은 방역체계의 투명성과 국민의식의 성숙이다.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개인위생 관리와 공중보건 에티켓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또한,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지역 보건소에 연락해 상담하고 진단을 받는 보건의식 발휘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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