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학교에는 없겠지…" 초·중·고 436곳 등굣길 체온 측정

교사들 교문·건물 입구서 확인

메르스 확진 환자가 100여 명에 육박하자 대구시교육청은 초
메르스 확진 환자가 100여 명에 육박하자 대구시교육청은 초'중'고등학교 전체에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기로 했다.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9일 오전 8시 10분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로 1학년 아들을 등교시키던 최모(43) 씨는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아이들을 보고 놀랐다.

후문에서부터 마스크를 쓴 교사 3명이 전자체온계를 들고 아이들의 체온을 일일이 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메르스 공포가 학교에까지 퍼진 것 같아 섬뜩했다"며 "등교하는 학생들을 줄 세워두고 선생님들이 체온을 재는 모습을 보니 1950, 60년대 자료 화면이 연상돼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가 지속되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일일이 확인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교육부는 8일 "학교 내 발열 감시 활동을 강화하라"는 '메르스 학교대응 매뉴얼'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이에 따라 대구시교육청은 초'중'고등학교 436곳 전체에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라고 지시했다. 모든 학생들의 체온을 등교 때마다 확인하면서 대구에만 30만8천여 명의 학생이 체온 측정을 위해 교문과 건물 입구에서 줄을 지었다. 교육청 직원들도 이날 오전 지역 내 학교를 찾아 체온 측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체온 측정을 두고 일부 학부모들은 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지 않으냐는 반응이다. 최모(36) 씨는 "만약 메르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체온계를 이용한 나머지 학생과 교사들에게 퍼지게 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교육부 매뉴얼에는 고막체온계를 사용한 뒤 반드시 소독을 한 뒤 다른 학생에 사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알코올 등으로 소독을 한다고 메르스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확진자가 있는 서울이나 경기도 등은 휴교해서 오히려 안심되지만 대구는 확진자가 없으니 등교는 시켜야겠고, 체온계를 이용하는 것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고막체온계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으로 봐달라"며 "아직 대구에 확진자가 없는 상황인 만큼 이번 주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열 증상만 잘 확인하면 메르스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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