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국을 휩쓰는 데는 20일이면 충분했다. 한국에서 7천㎞나 떨어진 중동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한국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메르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 뿌리를 둔 풍토병이다. 해외 여행지가 다양해지고 이동 시간이 짧아지면서 해외 현지의 풍토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등을 여행할 때는 각종 감염병을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미리 백신을 접종하거나 예방약을 준비하면 감염을 피할 수 있다. 특히 모기나 오염된 물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남아, 말라리아'홍역 주의
말라리아는 학질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매년 2억~3억 명이 감염되고 수백만 명이 사망한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주로 증상이 가벼운 삼일열 말라리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등 아열대나 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리라아는 고열과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가 늦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열대열 말라리아의 잠복기는 7~14일이지만 삼일열 말라리아는 7~10개월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라리아는 아직 백신이 없지만 예방약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말라리아 위험국가를 여행할 경우 최소한 출발하기 1주일 전부터 복용해 여행이 끝난 후 4주까지 먹어야 한다.
특히 인도나 파키스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모기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대도시나 리조트 등 관광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대부분 안전하지만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국경지역에는 항말라리아제(mefloquine)에 내성을 가진 말라리아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경우 알제리나 이집트 등 북부 아프리카나 케냐, 에티오피아 등 고지대를 제외하면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단 아프리카의 말라리아는 예방약 중 클로로퀸(chloroquine)에 내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약을 먹는 것이 낫다.
홍역도 주의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홍역은 대부분 해외에서 유입된 경우가 많다. 지난해의 경우 홍역 감염 442건 가운데 해외 유입과 관련된 경우가 96%인 428건이나 됐다. 해외에서 감염된 경우가 21건이었고, 해외 유입 환자에게서 2차 감염된 경우가 407건으로 나타났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중국 여행 도중 홍역에 감염됐다가 귀국, 어린아이나 대학생 등에게 전염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홍역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감염률이 90%에 이른다. 홍역 예방백신은 2차례 접종해야 하고, 예방 접종력이 불확실한 1968년생 이후 출생자나 홍역 1차 접종시기가 되지 않은 6~11개월 영아는 1회 접종이라도 맞아야 한다.
◆남미'아프리카 황열, 뎅기열 유행
남미와 아프리카는 황열과 말라리아, 뎅기열 위험지역이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이나 중남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황열 예방접종이 필수다. 일부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의 경우 황열 예방접종을 받았다는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입국 자체가 거부된다.
황열은 황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전염된다. 잠복기는 3~6일이며 고열과 근육통, 오한, 두통,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 중 15% 정도는 황달이나 출혈, 쇼크 등 중증 증상을 보인다.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출국 10~14일 전에는 백신 접종을 해야 하고, 10년에 한 번씩 추가 접종이 권장된다. 국립중앙의료원과 대구공항검역소 등 전국의 13개 검역소에서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뎅기열 역시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발생한다. 사람 간에 전염되진 않지만 예방약이나 백신이 없다. 잠복기가 3~8일이며 갑작스러운 고열이나 두통, 근육통,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오염된 물이나 비위생적인 음식으로 인한 세균성 이질이나 장티푸스도 주의해야 한다. 장티푸스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로 감염되며 발열과 식욕부진, 설사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북부 아프리카 등에서 흔한 질환이다. 장티푸스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인플루엔자나 파상풍, A형'B형 바이러스 간염 등도 미리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행 전에 해외여행 질병정보센터 홈페이지(http://travelinfo.cdc.go.kr)나 질병관리본부 미니 앱 등을 통해 각종 질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 기피제나 긴 옷 등을 준비하고 수시로 손을 씻으며 길거리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다.
홍효림 대구가톨릭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출국 전 2개월 정도 여유를 두고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면서 "여행 후라도 설사나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도움말 홍효림 대구가톨릭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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