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안심 코오롱 하늘채' 청약 선점 노숙 밤샘 텐트

대구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9일 오전 특별공급이 진행된 대구 동구 안심역 코오롱하늘채 견본주택 앞에는 전날 밤을 지새운 텐트가 늘어서 있다. 임상준 기자
대구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9일 오전 특별공급이 진행된 대구 동구 안심역 코오롱하늘채 견본주택 앞에는 전날 밤을 지새운 텐트가 늘어서 있다. 임상준 기자

8일 오후 8시 대구 동구 안심역 코오롱하늘채 견본주택 앞.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려앉자 견본주택 앞에는 삼삼오오 무리가 모였다. 한쪽에선 텐트에 모기장을 치고 다른 쪽에선 돗자리를 깔았다. 오후 11시가 되자 무리는 더욱 늘었다. 텐트마다 모기향 냄새가 짙게 퍼져 나왔다. 자정이 넘자 여기저기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9일 아침이 되자 견본주택 앞에는 전날 밤을 텐트에서 지낸 이들과 함께 긴 인간띠가 형성됐다. 줄을 대신 서주고 돈을 받는 이른바 '줄값 아르바이트'와 커피와 떡을 파는 상인이 등장했다. 전날 새벽부터 줄을 서 9일 오후 3시에야 특별공급 청약을 할 수 있었다는 김모(32) 씨는 "다음번 특별공급 때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줄을 서야겠다"며 "여건이 안 된다면 줄값 10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겠다"고 했다.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이날 안심역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특별공급 237가구 모집에 3천여 명이 접수를 했다. 안심역 코오롱하늘채는 5일 분양을 시작해 주말 동안 3만5천여 명의 방문객이 견본주택을 다녀가는 등 분양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대구 아파트 분양 시장의 가마솥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공포에도 흔들림이 없다. 분양하는 견본주택마다 구름 인파가 몰리고 수천만원의 분양권 웃돈이 붙는 등 열기가 지속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촉발된 공급 부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기 속에 여윳돈이 대구로 몰렸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구 주택가격 상승률은 3.8%다. 부산 1.1%, 대전 0.7% 등 비슷한 광역시보다 오름세가 매섭다. 달성군을 제외한 7개 자치구에서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 10순위 안에 들었다. 특히 수성구는 상반기에만 6.08% 상승해 전국 131개 시'군'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구의 가격 상승세는 2011년 10.5% 상승하고 나서 5년째 지속하고 있다.

침체했던 대구 부동산 경기가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신규 공급물량 증가가 한몫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나서 대구에는 2012년까지 신규 물량이 거의 공급되지 않았다. 신규 아파트 품귀현상까지 일었다. 리코씨앤디 전형길 대표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구는 주택이 낡아 새 아파트 갈증은 높아졌지만,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던 2013년부터 대구에도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2013년 하반기(6~12월)에는 1만3천97가구가 공급됐다. 2012년 같은 기간(7천904가구)과 비교하면 약 2배다. 지난해 1년간 공급된 물량도 2만6천927가구다.

2013년부터 대구에 신규 물량이 쏟아지자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몰리며 프리미엄도 붙었다. 대구의 시세차익을 노린 외부 투자 수요도 계속 이어졌다.

올해 공급물량(1~6월)은 6천533가구인데 올해 역시 아파트 청약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동대구 반도유보라' 경우 평균 273.9대 1의 경쟁률로 지난달 28일 1순위 마감됐다. 전용 111.3㎡A타입은 최고 경쟁률인 615.1대 1을 기록했다. 앞서 분양한 '교대역동서프라임36.5' '대구만촌역태왕아너스'도 평균 100대 1을 넘는 경쟁률로 완판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구 부동산 열기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구 부동산 프리미엄의 지속 기대와 높은 전세가율, 전세난이 주거 수요를 당분간 떠받친다는 논리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금이 떨어지지 않는 한 매매 수요는 계속돼 대구 분양시장은 당분간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재작년 쏟아졌던 신규 분양 물량이 올해부터 입주에 들어간다"며 "무리한 투자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입주자가 생겨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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