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근혜 대통령, 예정대로 방미(訪美)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예정대로 미국을 방문할지가 논란이다. 메르스 확산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고, 국가원수로서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야도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반대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방송에 출연해 "최고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방미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지금 박 대통령의 방미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판단은 메르스 사태가 더 악화할지 여부에 달렸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지만 병원 밖의 '지역 감염'이 아직 없다는 점으로 보아 이른바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또 보건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메르스 대응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드러난 만큼 이후에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대응체계의 사후 개선도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주를 고비로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또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도 한국에서의 메르스 발병을 공지 등급 3단계 중 가장 낮은 '주의'로 분류하며 "한국 여행 계획 변경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메르스 사태는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포감에 사로잡힐 상황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역 감염' 등 새로운 중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은 예정대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방미 외교를 취소한다면 외국에 대통령의 정상 외교까지 취소해야 할 만큼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매우 위중한 단계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 외국 관광객이나 바이어의 방한 중단으로 이어져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더욱 밀착하고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 대미 외교를 통해 우리의 입지를 견고히 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방미 취소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