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노인 기준연령 70세로 상향…정부와 사전 교감·협의 없었다"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1939년 경북 성주군 수륜면 남문동 출생 ▷건국대 법학과 졸업 ▷삼기물산 상무이사 ▷에스콰이어 상무이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월간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1939년 경북 성주군 수륜면 남문동 출생 ▷건국대 법학과 졸업 ▷삼기물산 상무이사 ▷에스콰이어 상무이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월간 '전원 속의 내 집' 발행인 ▷한국잡지협회 회장 ▷대한노인회 회장

경북 성주의 산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온갖 역경을 딛고 안착한 이심(75) 대한노인회 회장. "촌놈이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라는 그의 말과는 달리 노인회를 비롯해 3개의 사회단체장을 맡는 동안 굵직한 성과를 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3대 회장을 맡아 부동산중개업 제도를 만드는 등 복덕방시대를 마감하고 중개업 시대를 여는 기틀을 만들었다. 이후 주택 200만 호 건설에까지 일조했다. 또 2001년부터 5년 동안 한국잡지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잡지회관과 잡지박물관을 설립하고, 세계잡지대회를 여는 등 한국 잡지의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와 1개 직할지회, 244개 시'군'구 지회를 비롯해 6만4천여 개 경로당, 300여만 명을 이끌고 있는 이 회장은 이번에도 '큰 사고'(?)를 쳤다.

그동안 터부시 돼 왔던 노인 기준연령 상향 조정에 대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사자 격인 노인회가 논의의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이 회장으로부터 노인 기준연령 상향 문제를 제기하게 된 배경과 향후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노인회가 노인의 기준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 배경은.

▶지난 5월 7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현행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공론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점점 늘어가는 노인인구와 국가복지 재정을 당사자인 우리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도록 정책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토론할 계기를 만들어 줄 생각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정년이 늦춰지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노인들이 젊은 세대와 상생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고, 이는 평소 대한노인회가 '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것과 부합한다.

-대한노인회는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준연령 상향 조정에 반대했는데, 그동안 입장이 바뀐 특별한 상황이 있었나.

▶5년 전과 지금은 노인 상황이 많이 바뀌고 앞으로 더 바뀔 것이다. 2010년만 하더라도 노인인구가 540만 명이었지만 현재는 665만 명이다. 노인인구는 점점 늘어가고 국가의 복지부담은 높아져 가고 있다. 5년 전 반대했던 상황 때문에 우리 사회가 노인들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대해서 정부나 전문가들이 대한노인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논의할 수 있게 물꼬를 터 준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가 국가부채, 노인복지비용 증가 등으로 고심해왔는데, 이번 결정에 대해 사전에 정부와의 교감 또는 협의가 있었나.

▶전혀 없었다. 이제 우리는 부양받는 노인이 아니고 사회를 책임져야 하는 노인이 되어야 하는데, 65세면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이이므로 일자리와 관련해 고민해 봐야 한다. 언젠가는 노인 기준연령과 관련해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하는 거니까 대한노인회에서 정책당국이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다.

-노인 기준연령 상향이 이뤄질 경우 국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현재 우리나라 국민 8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노인 복지문제가 국가적으로 큰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노인 연령이 상향 조정되면 복지비 지출이 줄 것이다. 노인 기준연령을 졸속으로 변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부기관과 전문가들이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민간단체는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노인들이 활기차게 일하게 되면 노년의 4고(苦)라 불리는 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가 극복되고 보다 건강한 사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준연령 상향 조정을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등과 결부하면 바람직한 사회로 갈 수 있다.

-대한노인회가 이번 결정에 일부 반발하는 측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설득해 나갈 계획인가.

▶노인회는 정부에 대해 그런 입장을 밝혀줌으로써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지, 노인회가 복지정책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그런 단체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노인이 될 세대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적절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린 차세대에, 그리고 국가에 부담을 안 준다는 기본명제 아래 물꼬를 터준 것뿐이다.

-노인 기준연령 상향은 앞으로 어떤 방식이나 과정을 거쳐 관철될 것으로 보나.

▶만약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높인다면 약 3조원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보았다. 그런데 노인 기준연령을 바로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올리는 것은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10년 이상 걸린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전문가 논의 등을 통해 기준연령 변화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노인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특히 연금, 건강보험 때문에 통계를 내고,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 또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 기준연령 상향의 한 조건인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대한노인회의 역할은.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일을 통해 보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노인들이 굉장히 건강해졌다. 65세 정도면 요즘 청년같이 일할 수 있는 나이다. 특히 노인들의 경험과 역량에 맞는 일자리를 갖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국가가 복지 부문을 혜택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주어서 일하는 노인이 되자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건강하고 능력 있는 노인들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복지뿐 아니라 고령사회 대책의 중심 화두가 됐다. 대한노인회도 취업지원본부를 두고 노인 일자리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노인회공제조합을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 대한노인회 제공

◆"670만 노인 문제 담당할 수 있는 노인복지청 신설·교육원 설립해야"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향후 노인회의 핵심과제로 ▷노인복지청 신설 ▷노인교육(연수)원 설립을 꼽았다.

이 회장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노인 취업'"이라며 "연간 2만5천~3만 명 정도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인이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사업, 노인 봉사대 양성, 효를 가르치는 '내리사랑'올리사랑' 교육 등을 노인회 활동상으로 소개했다.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그는 "노인복지 문제는 당사자 입장에서 의견을 내놓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노인복지청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실에는 담당 공무원 45명이 있는데, 1천만 노인의 여론을 수렴하고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그는 "노인 회원을 비롯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132만 명의 서명을 받아 노인복지청 신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라고 했다.

또 노인 인력을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개발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노인 삶의 질 향상과 활기찬 노후생활을 위한 노인교육(연수)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원은 노인들의 일자리를 비롯해 교양, 문예 등 노인 전반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부영이 700억원을 투입해 충북 충주에 교육원을 설립한 뒤 대한노인회가 이를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착공해 2017년 개원할 예정이다.

김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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