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종시 통신] 세종에 대구 새 식구 뽑는 날

지난 8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근처에 있는 대구시 세종사무소는 아침부터 부산했다. 이상규 세종사무소장은 물론 서울에 있는 남태완 서울본부장까지 고속철도를 타고 내려와, 정장 차림으로 시계를 보면서 특별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은 대구시 세종사무소에서 일하게 될 여성 사무원 면접을 보는 날이다. 지금까지 이 소장이 모든 업무를 맡아 오던 터라 사무실 업무를 보조할 여직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새로 뽑는 여직원은 정식 공무원도 아닌데다 처우도 열악하다. 기간제 공무원으로 올해 연말까지만 신분이 보장된다. 여기에 최저 시급에 가까운 보수로, 하루 꼬박 8시간을 일해도 일급이 4만4천640원에 불과하다. 식비와 교통비가 조금 있지만 한 달 월급은 100만원 미만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공고 이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조달청에서 운용하는 누리장터를 통해 공개 모집 공고를 냈다. 기대와 달리 7명의 응시생이 몰렸다. 놀라운 점은 지원자들의 화려한 경력이다. 호텔리어, 학교 행정실, 교육 관련 대기업, 영어 교재 번역 등 이력이 화려했다. 특히 세종시에 공무원들이 몰리면서 공무원 부인들도 지원했고, 전체 지원자 가운데 주부들이 과반을 넘었다.

7대 1의 경쟁을 뚫기 위해 면접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대구에서 태어난 한 지원자는 "평소 고향을 잊지 않고 그리워했다"며 애향심을 강조했고, 문경 출신의 또 다른 지원자도 "내가 어디 살더라도 대구경북은 항상 내 마음의 안식처였다"며 면접관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구수한 된장찌개론을 펼치며 면접관 구애에 나선 이도 있다. "'혼자 좋은 호텔 밥을 먹는 사람보다 부인이 끓여 준 된장찌개를 먹는 사람이 더 때깔이 좋다'는 말이 있듯이 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조직을 위한 된장찌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두 아이를 둔 싱글 맘 지원자는 "저에게는 직장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절실히 원하고 있는 만큼 면접관들이 제발 도움이 돼 달라"고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오후 면접 전에 시작된 점심식사에는 업무차 기획재정부를 찾은 한동수 청송군수가 함께 자리했다. 남 본부장과 고향'직장 선배인 한 군수는 "좋은 행정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오고, 좋은 사람은 좋은 상사가 알아보는 법이다. 대구시 세종사무소 새 식구를 뽑는 뜻 깊은 날에 면접관들과 식사를 책임지게 돼 영광이다"며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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