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돈 들지 않는 기부행위라 할 수 있지만 '내 피를 뽑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시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편견, 루머는 기본이고 헌혈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그래서 헌혈에 대한 궁금증, 편견에 대해 정리해봤다.
1.헌혈과 매혈의 차이는 무엇인가?
헌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 중 하나가 "헌혈과 매혈이 다른 게 뭐냐"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까지 매혈하는 사람이 존재했기 때문이며, 헌혈을 하고 나서 주는 영화관람권 등의 기념품이 일부 사람들에게 '피 팔아서 영화 본다'는 인식을 심어버린 탓이 크다. 하지만 혈액관리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대가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혈액과 헌혈증서를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헌혈 후 기념품을 주는 이유는 낮은 헌혈 인구 때문에 금전적인 보상이 아닌 것들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헌혈 후 수분 보충용 음료수를 주는 것이 고작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나마 후하게 주는 것이다.
2.전역 후 헌혈하려고 했는데 연천에서 복무했다고 거부당했다. 왜 그런가?
연천처럼 경기북부 지역의 경우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헌혈 문진표에도 나타나 있듯이 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고양시 일산 동구, 고양시 일산 서구, 동두천시, 인천 옹진군, 인천 중구, 인천 서구, 인천 동구, 강원도 철원군, 고성군은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하룻밤만 자고 와도 최고 2년 동안 헌혈을 할 수 없다. 이외에도 영국이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나 대한적십자사에서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 분류한 국가에 다녀온 경우에도 최소 1년, 최대 3년간 헌혈을 할 수 없다. 이런 사항들은 대부분 문진표에 기록돼 있기 때문에 문진표를 자세히 본 뒤 헌혈을 결정해야 한다.
3.헌혈을 하면 병에 걸리는가?
'헌혈을 하면 병에 걸린다'라는 선입견은 헌혈 도구를 제대로 관리하는지에 대한 불신, 그리고 한때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숨기고 헌혈한 혈액을 수혈받는 바람에 생긴 감염 사고 사례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헌혈을 2개월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들 중에서 헌혈하다가 병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었고 부작용도 팔에 무리를 주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또 전체 혈액량의 15%는 비상시에 대비해 여유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4.헌혈에 사용되는 도구는 안전한가?
바늘이나 혈액팩 등 헌혈에 사용되는 모든 기구들은 무균처리되어 있으며, 한 번 사용한 후에는 모두 폐기처분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에이즈 등 다른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전혀 없다. 실제 헌혈의 집에서 헌혈할 때 간호사들이 들고오는 바늘, 팩 등의 물품은 헌혈자가 보는 앞에서 밀봉처리된 비닐봉지를 뜯어 사용한다.
5.감염자가 헌혈하는 걸 막을 수는 없는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헌혈 받은 혈액은 HIV, 매독, B형 간염, C형 간염, 간 기능 검사 등을 통해 이 혈액이 안전한지를 검사한다. 검사를 통해 사용할 수 없는 혈액 또는 헌혈자가 자진배제를 신청한 경우에는 해당 혈액은 사용할 수 없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혈액원에서 운영하는 혈액관리시스템(BIMS'Blood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을 통해 혈액과 헌혈자의 신상이 관리되는데, 여기서 감염자로 등록되면 문진 입력 때 접수가 차단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바이러스의 잠복기 때 헌혈을 하게 되는 경우다. 에이즈는 11일간, C형 간염은 23일 정도의 잠복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혈로 인한 질병 감염을 100% 막을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6.내가 헌혈한 혈액을 내가 다시 받을 수 있는가?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면 된다. 만약 헌혈한 혈액이 해당 지역 혈액원에 보관돼 있다면 자신의 혈액을 수혈받을 확률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혈액원에 보관된 혈액이 병원을 통해 불특정다수에게 공급된다는 점에 미뤄봤을 때 자신의 혈액을 수혈받을 확률은 매우 낮다.
7.헌혈에도 나이 제한이 있는가?
물론 나이 제한이 있다. 만 16세 이상부터 65세 이하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으로 60대 초반에 헌혈하였다면 70세까지 할 수 있긴 하다. 만약 60대 초반에 헌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 65세 넘어서 헌혈을 시도하면 즉시 거절 및 귀가조치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고령자가 많은 지역에는 헌혈의 집조차 없다.
8.헌혈하고 쓰러지는 사람이 있는 건 왜 그런가?
몸속의 체액이 빠지면 그만큼 채워야 몸이 제대로 돌아간다. 게다가 헌혈을 한 이후에는 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있을 수 있다. 또 헌혈 후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주지 않았다거나 무리하게 움직였을 경우 쓰러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헌혈 이후에는 무조건 쉬어주고, 헌혈 1시간 전이나 헌혈 후 8시간 동안은 술, 담배, 사우나, 무리한 노동이나 운동은 삼가야 한다. 헌혈 후 어지럼증, 메스꺼움, 식은땀, 피부의 창백함, 손발이 무거워지는 무력감 등을 느끼면, 즉시 드러누워 다리를 높이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호전될 때까지 무릎 사이로 머리를 낮추어야 한다.
9.적십자사에서 피 장사를 한다는 데, 무슨 말인지?
1990년대 중순에 혈액관리업체 간부들 일부가 헌혈한 피를 사적으로 팔아 돈을 챙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헌혈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줄어든 바 있다. 이때 "적십자사가 병원이나 제약회사에 피를 팔아 돈을 번다"는 편견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측에 따르면 혈액 관리에 사용되는 재원은 병원에 혈액을 공급하고 받는 혈액수가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혈액수가는 일본, 미국 등 주요 OECD 국가의 4분의 1 수준이다.
10.혈액의 유통기한은 얼마간이고, 만약 유통기한이 지난 혈액은 어떻게 하는가?
혈액의 유통기한은 성분마다 다르다. 전혈로 헌혈 받은 혈액은 35일, 혈소판은 5일, 혈장은 2년간 보관이 가능하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혈액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용 가능한 혈액은 폐기되는 양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폐기되는 혈액은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자진배제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혈액인데 폐기물관리법에 있는 의료폐기물에 관한 조항에 따라 전용 용기에 넣어 별도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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