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해내는 힘/ 나카무라 슈지 지음/김윤경 옮김'문영수 감수/비즈니스북스 펴냄
2014년 노벨상의 최고 화제는 단연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한 공로로 나카무라 슈지가 수상한 물리학상이었다. 이 책의 저자 나카무라 슈지는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다. 기초과학 분야에 주로 수여되던 노벨물리학상을 실용기술 분야에서 받았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횃불, 백열등, 형광등, LED를 차례로 언급하면서 "청색 LED 개발은 램프 혁명이며, 인류에게 최대의 혜택을 주는 발명"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왜 청색 LED 개발이 그토록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됐을까? 백색광을 만들어 내려면 빛의 삼원색인 적색, 녹색, 청색 LED가 필요하다. 1980년대까지 적색과 녹색 LED는 이미 개발되어 있었으나 청색 LED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대기업에서 27년이나 연구를 했으나 모두 실패해 20세기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이 지점에서 나카무라 슈지의 무모함이자 위대함이 빛을 발한다. 그는 1954년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시코쿠의 에히메 현에서 태어나 자랐다. 1979년 같은 지역에 위치한 도쿠시마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당시 지방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니치아화학공업 개발과에 입사했다. 10년 동안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대기업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번번이 외면당했다.
"나는 비로소 다른 회사에 뒤지지 않는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서 꼭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이미 반도체 대기업은 적색과 적외선 LED 제품화에 성공한 상태였다. 내가 개발한 제품은 이들 대기업 제품과 경쟁했지만 성능이 같아도 니치아화학의 이름으로는 팔리지 않았다. '니치아화학에서 이런 제품을 개발하셨다고요?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모두 감탄하기는 한다. 하지만 막상 계약 단계가 되면 하나같이 망설인다.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 시험은 해보겠지만 구매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중에서
노력의 성과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자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불가능해 보여 사람들이 손대지 않는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때 그가 택한 것이 청색 LED였다. 특히 성공 가능성이 1%도 되지 않아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질화갈륨'을 주재료로 선택했다. 기존 논문이나 참고 문헌도 읽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실패가 반복되고 회사의 재정적 지원이 줄어들자 직접 부품을 조달해 실험 장치를 만들며 끝까지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500번에 달하는 실험과 도전이 반복되던 1993년. 마침내 청색 LED 실용화에 성공했다. 대규모 연구기관과 대기업에서도 하지 못한 것을 지방 중소기업 실험실에서 지방대 출신 연구원 혼자서, 단 4년 만에 성공했다는 기사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발명가가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앞질렀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그의 나이 39세였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니 실제로 아주 단순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직 '생각하는 힘' 그리고 무엇보다 '끝까지 해내는 힘'만이 성공의 열쇠였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어려운 이론이나 높은 학력은 전혀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자신을 믿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만 있다면 꿈은 현실이 된다.…벽에 부딪혔다고 해서 되돌아간다면 결코 벽을 깨뜨릴 수 없다. 벽의 저쪽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벽을 넘고 보니 더 높은 벽이 떡 하니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힘들게 노력해서 벽을 넘는 일이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실제로 실험하면서 느낀 거지만 헛수고뿐이었다. 온통 의미 없는 연구였다. 내 인생은 이렇게 쓸모없는 일을 반복하다 끝내고 마는 걸까 하고 내 미래에 대해 절망했다. 내가 기능공처럼 작업을 하며 실패를 거듭하던 때가 바로 그랬다."
저자는 강조한다. "내가 여기서 물러난다면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인생이 끝나고 만다." 최악의 스펙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나카무라 슈지(현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이 말은 스펙만 좇는 우리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247쪽, 1만3천원.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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