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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뒷담] 잘 그린 그라피티…회색 도심 '컬러풀'

북성로 그라피티
북성로 그라피티
동성로 그라피티
동성로 그라피티

'대구는 골목길 도시다.' 취재는 효율이 굉장히 낮다. 보통 10개를 취재하면 2, 3개를 쓴다. 이름이 붙지 않은 골목길을 먼저 찾고, 익히 알려진 골목길은 다른 각도로 조명하려다 보니, 기사로 쓰기에는 애매한 골목길을 만나는 경우가 숱하다.

그래서 시간도 많이 든다.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5월 말 부처님 오신 날이 낀 황금연휴에 쉰 것 빼고는 매주 주말마다 골목길을 다녔다. 다른 업무를 하는 평일에 자투리로 한두 시간을 확보해 취재하지만, 골목 한 곳 다녀오기 벅차다. 그래서다.

비용도 적잖게 든다. 카메라 가게 앞에서 두어 시간 서성거린 적이 있다. DSLR 카메라, 렌즈, 각종 액세서리의 가격을 모두 합하니 한 달치 월급이었다. 이걸 사면 한 달은 천장에 조기, 아니 카메라를 달고 밥을 먹어야 할 판이었지만, 원활한 취재를 위해 거금을 들였다.

좁은 골목길은 차로 못 다닌다. 그렇다고 마냥 걸으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자전거가 최적의 탈 것이다. 기름 값도 안 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싸구려 자전거를 장시간 타고 다녔더니 허리가 나빠져 병원비가 들게 된 것은 새 고민거리다.

숱하게 허탕을 친 만큼, 시간도 많이 들인 만큼, 이왕 산 카메라로 사진도 꽤 찍은 만큼, 기사에 담지 못한 얘깃거리가 적지 않다. 이번 주부터 지면을 조금씩 할애해 소개한다.

◆낙서일까 예술일까, 그라피티

최근 외국인 2명이 대구 지하철 전동차에 몰래 그라피티(graffiti)를 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은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대구 골목길의 그라피티를 추적했다. 그런데 최근 쏟아진 관련 뉴스들과 달리, 그라피티를 '범죄'가 아닌 '골목문화'의 틀에서 취재했다. 잘 그린 그라피티는 구호만 '컬러풀'인 대구의 도심을 정말로 컬러풀하게, 그러니까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대구 지하철 전동차에 그려졌던 그라피티의 종류는 바밍(bombing)이다. 공공장소에 그림이나 낙서를 남기고 도망가는 것을 가리킨다. 한 그라피티 작가는 "그라피티 작가들은 의미 있는 바밍은 인정한다. 하지만 단순한 낙서는 테러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그라피티의 또 다른 종류로는 글자나 무늬를 새긴 틀을 대고 칠을 하는 스텐실(stencil)과 글자나 무늬를 그린 스티커(sticker)를 붙이는 형식이 있다. 둘은 스피드밤(speed bomb)으로도 불린다. 빨리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대구 도심에서 가장 많이 본 그라피티가 있다. 영어 알파벳 4개로 구성된 이 그라피티를 같은 것만 무려 수백 개 발견했다. 바밍, 스텐실, 스티커 등 다양한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지금도 대구 도심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다음 주에 계속)

글 사진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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