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조 인문학 전도사' 최진석 교수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특강

"인문학 열풍은 기업인의 통찰력 때문"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이 부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현재 어떤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뚫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합니다."

15일 오후 7시 대구 호텔수성 스카이홀에서는 '창조 인문학 전도사'로 알려진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이 열렸다. 주제는 '인문적 높이의 시선을 갖는 일'이었다.

최 교수는 먼저 "왜 요즘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회에서는 열풍인 인문학이 대학에서는 위기인 이 상황에 대해 "인문학 열풍을 주도하는 그룹이 대학이 아니라 기업'상인 그룹이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특히 최 교수는 기업인들이 인문학 열풍을 주도하는 이유는 그들이 변화의 흐름에 빨리 적응하고 또 우리 사회에서 기업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집단'이라는 특징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은 기업가의 결정이 기업과 기업가 자신의 생과 사를 가른다"며 "생과 사의 경계에 있기에 상인'기업인들은 항상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에 있고, 이 예민함이 통찰력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기업인의 통찰력이 인문학 열풍을 불렀다는 것이다.

인문학과 기업인의 생존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최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가 현재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어느 나라든지 발전 초기 단계에는 법학'정치학 이론이 중심 기능을 하다가 어느 정도 커지면 경제학'사회학 등에서 나온 이론이 중심이 되며,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가면 인문학적 시선이 세상의 주도권을 잡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CEO들이나 금융업 종사자 중 대부분이 인문학'예술 전공자들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사유의 높이'시선이 그 나라의 발전 규모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국과 중진국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 최 교수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가는 난이도보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난이도가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가는 길은 '이미 닦여 있는 길'을 가는 것이지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만들면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콘셉트를 장악하고 장르를 만드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며 "'빨리 따라가는 중진국의 마인드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발전을 이뤄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현재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이 만든 길만을 따라오다 보니 지금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가 인문적 통찰에 근거한 '기준의 생산자'가 되지 못한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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