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메르스 환자 1호로 이름을 올린 두 환자를 두고 의료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직업으로 봐서 무지한 사람도 아닌데 대구의 K공무원과 경북의 Y교사가 '메르스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사실을 숨긴 채 '일상생활'을 하다 결국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지난 1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Y씨는 지난달 27일과 31일 아들 치료차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3시간가량 머물렀다. 이후 Y씨는 경주와 포항의 동네의원 4곳을 방문했고, 학교에서도 5일 동안 정상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시기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슈퍼 확산자'인 14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전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한 때다.
일상생활을 하던 Y씨는 지난 7일에서야 아들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경주시보건소 직원의 조사 과정에서 고열 증상을 보여 동국대 경주병원에 격리조치됐다. 메르스 의심증상인 고열이 났지만 Y씨는 이때까지도 보건당국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셈이다.
대구 남구청 공무원인 K씨는 더욱 황당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7,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과 현대아산병원 응급실을 거쳤던 K씨는 이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자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민원 업무를 봤고, 심지어 회식 자리에도 참석해 술잔을 돌렸던 것이다.
특히 병원을 함께 방문했던 어머니가 의심 증상을, 누나는 추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K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심지어 지난 13일부터는 기침이 나고 오한과 함께 몸에 열이 났지만 K씨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상태가 악화되자 이튿날인 14일엔 동네 목욕탕을 찾아 피로를 풀기까지 했다. 타액이나 분비물이 다른 목욕객들에게 묻거나 메르스바이러스가 옮을 수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은 꼴이 됐다.
K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6일 오전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많은 공직자와 의료진들이 메르스 퇴치를 위한 힘든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위험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고도 신고하지 않다가 발병 이후에야 보건소를 찾은 대구지역 첫 확진 환자가 공직자라는 사실에 시장으로서 참담하고 죄송한 마음 감출 길이 없다"고 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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