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비 성공률 낮은 중소기업 R&D
올해 2.7조원 규모 기술혁신 지원 추진
초기·성장·글로벌 단계별 기업 육성나서
히든챔피언 기업 만들 선순환 구조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9988'이라는 숫자는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중소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이자 뿌리다.
정부는 그동안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양한 R&D 지원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정부의 R&D 투자는 연평균 약 12%씩 증가했으며 2012년 기준 투자규모 세계 6위, GDP 대비 비중(41.5%)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이 낮아 R&D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는 OECD 29개국 가운데 최하위인 29위로, R&D 지원을 통해 개발된 기술 19만 건 중 15만4천 건 이상이 휴면 상태이며, 기술료 수입이나 사업화 성공률도 미국과 영국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R&D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약 70%의 중소기업은 R&D 수행 능력이 없거나 관심이 부족했고,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비의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나날이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기업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원체계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연구가 진행된 까닭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해 매년 중소기업 기술혁신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R&D 예산의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마련한 제도로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등이 지원하며 올해 총 2조7천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기업별 역량과 기술 수준에 따라 초기, 성장, 글로벌 단계로 나눠 차근차근 지원하며, 이를 통해 국가 성장을 견인할 글로벌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초기 단계에서는 신기술을 보유한 예비창업자 발굴과 지원에 집중하고, 창업기업이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 비중을 강화한다.
또한, 역량이 부족한 기업도 정부 R&D 사업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기술개발 수행에 참여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성장 단계에서는 중소기업이 자금 조달, 시장 진입 등의 어려움을 겪는 데스밸리(창업 후 3~7년 기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장 창출형 기술혁신기업 지원과 우수기술개발 제품의 초기시장 개척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및 정책자금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글로벌 단계에서는 기술특성별, 대상별 맞춤형 기술혁신 지원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전문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확충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지역의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발굴'지원해 월드클래스(World Class) 후보기업으로 육성하는 '프리 월드클래스(Pre-World Class) 사업'을 들 수 있다. 중견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리고, R&D 지원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목표관리제'를 도입해 궁극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육성할 방침이다.
독일 경제학자 헤르만 지몬은 독일 경제 원동력이 히든챔피언 기업에서 나왔다고 단언한다. 세계 시장점유율 3위권 안에 든 기업, 매출액 4억유로 이하 기업,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그가 말하는 히든챔피언이다. 세계 히든챔피언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4천800억원, 평균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500대 기업의 두 배 수준인 10~12%에 달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 수를 늘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알찬 기업을 육성하느냐다. 기업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정부 R&D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별 특화된 기술이 저마다의 가지를 뻗어 다양한 열매를 맺길 기대해본다. 정부의 R&D 지원이 있는 한 중소기업은 튼튼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하상태/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창의산업평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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