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율 下·下·下…억장 무너지는 대구 수출업체

엔화 유로화 약세 이어지면서 수출증가율 작년보다 -11%

자동차부품 금형을 수출하는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A업체 대표는 막대한 영업 피해로 밤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 제품의 80%를 수출하는 일본의 엔저 현상 탓에 채산성이 뚝 떨어졌기 때문.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환율 1천원(100엔당)이 최근 900원 안팎으로 떨어지자, 거래처 유지를 위해 적자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업체 대표는 "1천50원 때 수출계약을 체결한 후 대금을 받는 시점에서 900원으로 떨어지니까 수출하면 손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수출량이 70%가량 준 것 같다"고 했다.

대구 기업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엔화'유로화'루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전년대비 수출증가율은 2010년 33.4%에서 2014년 11.3%로 매년 꾸준히 상승률을 이어갔지만, 올 들어 5월 기준 -11%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구의 총수출은 24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해 전국 감소율(4.3%)을 웃돌았다. 품목별로는 생활용품(-43.7%), 전자전기(-21.3%), 섬유(-10.7%) 등에서, 국가별로는 폴란드(-46.3%), 중국(-18.7%), 일본(-12.5%) 등에서 타격이 컸다.

장갑 제조 수출업체인 B사 대표는 엔화'유로화 약세로 겹고통을 호소했다. 낮은 채산성 탓에 거래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업체 대표는 "1천500원이던 유로화가 최근 1천200원대까지 떨어졌다. 외국 현지 바이어에게 단가를 올려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환차손 누적으로 거래처를 잃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는 16일 수출 관계기관과 함께 '수출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의 현장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무역사절단 파견을 확대하는 등 수출지원 시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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