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암흑 속에 갇혔습니다. 세월호 사태 때보다 훨씬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대구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16일, 지역경제에도 오한이 들었다. 동네 음식점부터 제조업체, 전통시장, 백화점까지 두루 타격을 입고 있다.
피해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음식점과 여행사, 숙박업소, 이벤트 대행업체. 사람 많은 곳을 피하는 탓에 지난달 말부터 행사와 모임이 연이어 취소됐기 때문이다.
주류 제조기업 금복주에 따르면 지역 음식점들은 회식'동창회'계모임 등 단체 손님이 거의 없어 울상짓고 있다. 지난해엔 '세월호 추모 분위기' 속에서도 조용하게나마 모임이 이어졌으나 올해는 그마저 사라져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금복주 관계자는 "많은 음식점 업주가 '단체 손님이 아예 없다'며 힘들어한다. 가정에서보다 음식점에서 소비하는 주류가 훨씬 많은 만큼 앞으로 평소의 10% 정도 수익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도 "오늘 여행 취소 수수료가 얼마인지 묻는 손님이 많았다. 제주도 여행을 예매했던 한 고객은 '사람 많은 곳에 가기 무섭다며 일정 취소를 요구했다"며 "신규 계약이 2주째 바닥을 치고 있다. 정부의 피해 구제 정책을 알아보느라 모든 직원들이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놀이공원'공연장'전시회장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이월드는 지난 주말 고객이 소폭 줄었다. 비수기라 큰 피해는 면했다. 또 엑스코에서 지난 주말 열린 '2015 음식산업박람회'는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줄어든 데다 그나마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삭막한 분위기를 풍겼다.
호텔 등 숙박업소들은 억대의 손실을 입었다. 대구 A호텔의 경우 6월 행사가 90%가량 취소됐고 예약 문의 역시 없다시피 하다. 투숙객도 장기 투숙자와 승무원으로 한정되는 등 평소의 20% 수준으로 줄었다. 단체 예약도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5억원의 손해를 봤다. 주말에 객실 문을 노크하면 10곳 중 1곳에만 반응이 있을 정도로 객실이 텅텅 비었다"고 털어놨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백화점도 먼지를 날리기는 마찬가지다. B백화점 관계자는 "부모와 영'유아가 함께 찾는 문화강좌는 결석 회원이 늘 것에 대비해 수업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확진 환자 발생 소식에 TF팀을 꾸려 고객 감소와 메르스 확산 방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경훈 칠성시장 상인회장은 "이달 초 메르스 여파로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을 때도 '아직 대구는 청정지역'이라며 안심하던 이들이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오늘은 신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가뜩이나 장사하기 어려운데 설상가상이라는 반응이다"고 했다. 서문시장 한 상인은 "상인들이 제2세월호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마저 피해를 입도록 방치한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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