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모(36·여) 씨는 멈추지 않는 혈뇨 때문에 고민 중이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 지 벌써 두 달째.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고, 신장내과의원에서 신장 초음파 검사와 혈관조영술을 받았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결국 한 씨는 대학병원에서 방광 내시경 검사와 신장 컴퓨터단층촬영(CT)까지 한 끝에 '호두까기 증후군'(nutcracker syndrome)이라는 생소한 진단명을 받았다. 너무 마른 몸 때문에 혈관이 눌려 생긴 증상이었다. 한 씨의 키는 157㎝, 몸무게는 43㎏에 체질량지수(BMI) 17.4kg/㎡로 전형적인 저체중이다. 한 씨는 "아직 빈혈이 없고 혈압이 정상이어서 특별한 치료를 받고 있진 않지만 행여나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늘씬하고 매끈한 몸매는 선망의 대상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1g의 살이라도 더 빼기 위해 덜 먹고, 더 움직인다. 그러나 과도한 저체중은 비만에 못지않게 건강에 좋지 않다. 저체중은 정상 체중에 비해 사망률이 연령에 따라 1.5~10배가량 높고, 골다공증이나 빈혈, 골절, 불임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질병 위험 높아지는 저체중
체중이 적당한지는 체질량지수(BMI)로 가늠할 수 있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데 한국인의 경우 18.5~22.9kg/㎡를 정상 범위로 본다. 키 160㎝의 성인이라면 47~59㎏ 정도가 적당한 체중이라고 보면 된다. 저체중은 체질량 지수 18.5kg/㎡ 이하로 키 160㎝에 몸무게 47㎏ 미만이라면 저체중에 속한다.
저체중은 비만처럼 사망률을 높이는 중요한 원인이다. 체중과 사망률 사이에는 'J' 모양의 곡선이 형성된다. 사망률은 체중이 적을수록 몸무게가 정상이 되면 낮아지고, 비만이 될수록 다시 높아진다. 정상 체중에 비해 심한 저체중일수록 사망률이 1.5~10배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5년간 5% 이상 빠진 경우 사망률은 18%가량 높아진다.
특히 지나친 다이어트나 영양결핍으로 인해 체중이 적게 나간다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체중이 줄어들 때는 지방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단백질과 수분, 당질, 뼛속의 칼슘 등이 모두 줄어든다. 뼈와 근력은 약해지고, 몸속 호르몬의 균형은 급속도로 무너진다. 영양분과 미네랄 부족으로 인해 호르몬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이 나타나면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기 쉽고 혈구 생성이 부족해지면서 면역 세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감염에 취약해진다. 심하게 마른 노인의 경우 폐렴이나 요로감염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특히 청소년과 노인의 저체중은 더욱 문제가 된다. 청소년은 성장 장애나 척추측만증, 사춘기 지연,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되거나 성인이 된 후에도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다. 노인도 체중이 감소하면 건강상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 저체중 노인은 골다공증이나 고관절 골절 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뼈가 닿는 면적이 늘면서 욕창성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너무 말라서 아픈 사람들
몸이 너무 말라서 생기는 질병에는 '호두까기 증후군'과 '상장간막동맥 증후군'(SMA syndrome)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증상 모두 혈관과 장 주변의 공간에 지방이 너무 적어 혈관이 눌리거나 좁아지는 게 원인이다. 호두까기 증후군은 왼쪽 신장 정맥이 눌리면서 혈뇨와 왼쪽 옆구리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카테터를 삽입해 눌린 부위를 우회하는 수술을 하지만 살이 찌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상장간막동맥 증후군은 상장간막동맥과 대동맥 사이의 공간이 좁아지면서 십이지장과 췌장, 쓸개 등의 장기가 끼어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음식을 먹고 나면 복통을 느끼거나 구역질과 조기 포만감, 지속적인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음파나 CT 등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하려면 수술이 필요하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단기간에 심하게 몸무게가 줄어든 경우 골다공증이나 골절, 정신과적 질환, 저혈당, 변비, 간염, 불임, 월경불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몸무게가 지속되면 빈혈이나 혈구 감소, 폐 기능 저하, 신장 기능 저하, 심장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데도 몸무게가 줄어든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몸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1년간 체중의 4~5% 이상 줄어든다면 다른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당뇨, 부갑상선기능항진증, 악성종양, 에이즈 등 감염성 질환, 심한 심장이나 폐, 신장질환, 뇌졸중, 파킨슨병, 염증성 장 증후군 등은 체중을 줄게 하는 질환들이다. 따라서 6개월~1년 동안 몸무게의 5% 이상이 빠진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체중을 늘리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식이요법과 운동이다. 특히 케이크나 피자, 햄버거 등 지방이 많은 고칼로리 식품을 먹기보다는 고단백질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살을 찌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량을 늘리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너무 피곤하고 기력이 달리거나 입맛이 없으면서 살이 빠진다면 기저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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