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강제성 해석 놓고 엄청난 혼란 부를 국회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됐지만, 위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 상임위원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바뀌었을 뿐 문제가 되고 있는 '처리해야 한다'는 문구는 개정 원안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당초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부분을 '검토해 처리한다'로 수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의 반대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게 수정된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입법의 수정을 강제하느냐는 여부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강제성이 없다고 하고, 야당은 있다고 한다. 강제성이 없다면 위헌 소지는 자연히 소멸되지만, 있다면 위헌 법률이 된다. 여당의 해석대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가능성이 없다면 굳이 청와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정할 필요가 없었다. 반대로 야당의 해석대로 강제성이 있다면 국회법 개정은 위헌 가능성을 알고도 강행한 '입법 폭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로선 어느 쪽의 해석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강제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요청'이란 단어만 해도 그렇다. 요청에 강제성의 의미가 들어 있느냐 없느냐는 매우 난해한 문제다. 이를 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법은 명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조문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면 법으로 기능할 수 없다. 하나의 법이 두 개의 정반대 효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런 '애매모호성' 때문에 국회법 개정안은 발효 이후 엄청난 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시행령 수정'변경의 강제성 여부 해석을 놓고 국회와 행정부 간의 치열한 '해석 투쟁'이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그런 점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은 공감되는 바가 적지 않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상호 견제의 관계이지 한쪽이 다른 쪽에 군림하거나 통제하는 관계가 아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바로 이러한 삼권분립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 정부의 시행령이 법률의 제정 취지에 어긋난다면 헌법이 그런 문제를 심사할 권한을 준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면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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