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연 여기서 치료할 수 있나" 대구의료원 K씨 상태 악화 막지 못해

호흡기, 감염내과 전문의 수익 적다는 이유로 없어

17일 오후 메르스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동산병원이 사전 문진과 체온 측정을 받고 출입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7일 오후 메르스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동산병원이 사전 문진과 체온 측정을 받고 출입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발생을 계기로 대구의료원의 중증 감염 질환 대응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앙역학조사반은 16일 대구의료원 국가지정격리병상을 방문해 음압격리실과 일반 격리병실 등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중앙역학조사반 관계자들은 "과연 여기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느냐"며 "이래서는 환자를 검사, 수용하는 정도밖에 안 된다"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의료원은 호흡기 감염병을 다루는 격리병상인데도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 격리병상에 인공호흡기를 2대나 갖추고 있지만, 장비를 사용할 전문의가 없는 셈이다.

감염병 진단과 치료를 맡을 감염내과 전문의도 전무하다.

대구의료원 측은 "올해 초 경북대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감염병 발생 시 경북대병원의 감염내과 전문의가 진료를 보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구의료원 의료진들이 총력을 기울여 메르스 환자 치료에 매달렸지만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걸 막진 못했다. 2차 의료기관 특성상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중증 환자를 본 경험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대구의료원은 지난 2011년 국비 18억원을 지원받아 신종전염병과 감염병의 치료를 위한 국가지정격리병동을 갖췄다.

그러나 국가지정격리병상은 메르스 사태 전까지 신종감염병 환자를 받은 적이 없다. 이전에는 주로 중증 결핵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다. 메르스 등 중증 감염 질환 환자는 그동안 본 적도 없다. 대구의료원이 가진 소프트웨어와 환경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구경기에 비교하자면, 장비는 똑같지만 고교냐 프로냐의 차이"라며 "야구방망이와 야구글러브는 같지만 훈련이나 대응이 돼 있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감염내과가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라는 게 지역 의료계의 설명이다. 감염내과의 경우 수가 등 수익을 올리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 경북대병원도 감염내과는 해마다 적자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 감염내과 전문의를 찾기도 힘들다. 대구시는 대구의료원에 감염내과를 신설할 방침이지만 과연 전문의를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지역 의료계는 대구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서울 보라매병원을, 부산대병원이 부산의료원을 위탁운영하는 상황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학병원에 위탁운영을 할 경우, 의료진의 순회 진료가 가능해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각종 의료장비의 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위탁 운영되면 대구의료원이 대구시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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