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자유총연맹 대구시지부 무태·조야동분회 '금호가든'

옻닭을 못 먹는 이들을 위한 닭백숙. (사진 오른쪽)직접 기른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전영희 금호가든 대표.
옻닭을 못 먹는 이들을 위한 닭백숙. (사진 오른쪽)직접 기른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전영희 금호가든 대표.

눈앞에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져 있다. 멀리 산자락이 그림처럼 서 있고 가까이 금호강이 굽이쳐 흐른다. 둑에 드리워진 나무 그늘은 고즈넉하기까지 하다. 뒤편 너른 마당엔 토종닭과 강아지가 뛰어논다. 산비탈에는 대나무와 참죽나무(가죽), 상추, 깻잎 등 채소가 지천이다. 금호가든의 풍광이다. 삼복더위가 찾아오기 전인 지금, 뜨끈한 보양식을 즐기며 땀 한 바가지 흘리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곳에서 수려한 산천을 감상하면서 웰빙음식을 즐기면 '신선놀음'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도심에서 20분 거리에 펼쳐진 동양화

주말에 나들이 갈 곳이 마땅찮다. 이맘때면 어디를 가도 사람이 북적대는 탓이다. 이럴 때 도심에서 조금 비켜난 곳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만의 힐링 공간이 있었으면 싶은 마음도 든다. 금호가든이 그런 곳이다. 차를 몰아 대구 북구 동변동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뒤로 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왼편에 산기슭이, 오른편에 금호강이 흐른다. 이 길을 따라 1㎞가량 들어가면 금호가든이 자리하고 있다. 강둑에는 산책로도 있다. 밤이면 산책하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산책로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그 불빛이 운치를 더한다. 게다가 금호가든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앉아도 수려한 풍광을 볼 수 있다. 식당 방에는 전면 유리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풍광과 함께 음식을 즐길 수 있어 금상첨화다.

금호가든 단골인 한국자유총연맹 대구시지부 북구지회 무태'조야동분회 김귀늠(53) 회원은 "대구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이곳에서 경치를 보며 자연에 동화돼 맛을 즐기다 보면 천국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이 며칠 전 금호가든에서 식사하며 찍은 사진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풍광 감상하며 즐기는 옻닭과 닭백숙

이곳의 대표 음식은 토종닭백숙과 옻닭 등이다. 미리 예약해두면 금방 음식상이 차려진다. 사철 먹을 수 있는 김치를 제외하면 기본 상차림은 그때그때 다르다. 전영희(57) 금호가든 대표가 뒷산에서 직접 기른 제철 채소로 차려지기 때문이다.

서경숙(46) 회원은 "봄에는 가죽 김치, 대나무 죽순이 자랄 때는 죽순 두루치기 등 철마다 반찬이 바뀐다. 그런데 주인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길러서 그런지 한결같이 깔끔하고 소화가 잘 된다"며 "주인이 손이 큰지 반찬도 많이 줄 뿐만 아니라 맛있다고 성화면 집에 싸가라고 챙겨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본 상차림이 차려지자마자 전 대표는 큰 뚝배기에 김을 술술 풍기며 음식을 가져온다. 이곳의 대표 선수 옻닭이다. 옻닭은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먹기 께름칙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옻닭만큼 충성도 높은 마니아를 거느린 요리도 흔치 않다. 옻은 예로부터 한방에서 배 속을 보하고 근육을 연결하며 골수를 보충시켜 준다고 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옻에는 항암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패방지, 숙취해소,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 옻닭만 있으랴. 옻닭을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닭백숙도 있다. 녹두, 밤, 감초, 은행, 인삼, 대추, 황기 등이 들어간 백숙도 사철 인기있는 음식이다.

◆주인의 정성이 음식의 근본

대표 선수 옻닭은 약효는 둘째치고 일반인에게는 옻 알레르기 불안감이 여전하고 고기 자체도 퍽퍽해 요리로 별 매력을 못 느끼는 것도 사실. 하지만 금호가든을 한번 들르고 나면 옻닭에 대한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보통 옻닭은 닭을 삶을 때 옻나무 껍질을 넣거나 옻 진액을 넣어 삶지만, 이곳의 요리방식은 전혀 다르다. 압력솥에 전 대표가 뒷산에 방목하며 기른 촌닭과 옻물을 넣고 고아낸다. 옻물은 산에서 직접 가져온 굵은 참옻나무 가지를 30회나 달인 물이다. 그래서 촌닭이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전 대표는 "삶은 옻나무 가지를 갈라보면 속은 그냥 마른 나뭇가지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옻은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식재료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맛과 효능을 내고자 귀찮더라도 압력솥에서 수차례 조리한다"고 했다. 반찬도 마찬가지다. 작은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23년째 한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하다 보면 주방일에 신물이 날 만도 할 텐데 여전히 메인 요리부터 반찬까지 전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다.

전 대표는 "우리 집 반찬 먹고 어떻게 담갔는지, 싸가도 되는지 묻는 사람은 있어도 맛없단 사람은 못 봤다"며 "정성들여 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그걸로 고마운 거다"고 말했다.

▶백숙'옻닭=3만5천~6만원 ▶흑염소 수육'전골=4만~5만원, 흑염소 탕'진국=1만2천~1만5천원 ▶보신 수육'전골=3만5천~4만원, 보신탕'진국=1만~1만5천원.

▷영업시간=낮 12시~오후 10시.

▷규모=80석.

▷주차=가게 앞, 뒤 30대 주차 가능.

▷문의=대구 북구 동변동 72-2번지, 053)951-1213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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