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전담경찰관으로 일하려면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학교 밖 청소년 선도'보호, 폭력 서클 및 선도 청소년 관리, 117 학교폭력사건 해결, 캠페인, 강의, 선도·보호활동, 학부모 상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참석,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20개 학교의 관련 업무전담, 사이버폴(언어지킴이), 선도심사위원회 개최, 선도프로그램 실시, 명예경찰소년단 운영 등 '학교'라는 울타리를 점검하여 때로는 울타리 보수도 하고 잡초도 뽑고 거름도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도 똑같이 청소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의 마음은 아직 차가운 겨울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학교를 나오게 된 아영(가명)이가 그때 당시 내게 이렇게 얘기를 했다.
"언니!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저를 어떻게 볼지 두려워서 학교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가족과의 소통 부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투신자살을 기도한 아영이가 내게 한 말이다. 아영이는 건축일을 하시는 아버지, 주부인 어머니, 지금은 사회인인 오빠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다른 이들은 평범한 가정이라 생각했겠지만 아영이에게는 평범하지 않았나 보다.
아버지는 자신의 뜻에 거스르는 가족들의 행동이 보일 때면 가족들에게 폭언과 때에 따라 폭력도 행사하며 복종을 요구하였다. 아영이의 마음은 억압과 스트레스로 가득 찼으며 급기야 자신을 버리는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부상만으로 아영이는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돌아갈 학교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자퇴했다.
해마다 아영이처럼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매년 6만여 명,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은 대략 28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숫자는 재학 중인 초·중·고교 학생의 4% 수준이지만, 작년 한 해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 중 학교 밖 청소년의 비율은 무려 43.7%에 달했다. 3, 4월 적발한 35개 폭력 서클 중 절반에 가까운 16개 서클에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담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족쇄'라고 인식할 수도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또는 발생하기 전 보호막이 되어 줄 수도 있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이다. 여러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난 후에는 어떨까? 적정한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발전의 기회로 삼는 청소년들이 있는 반면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간 낮에는 별일 없이 빈둥거리다 친구들을 만나는 밤에만 활동하게 되는 야행성이 되는 청소년, 자연스레 학교에 가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무리에 휩쓸려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 등 자유로움을 만끽하다 빛보다는 어둠으로 다가가는 청소년들의 비율이 훨씬 높다. 어렵게 난관을 헤쳐나가 목적 달성의 기쁨을 쟁취하기보다는 쉽게 얻는 즐거움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규칙을 지키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희생 등을 요구하는 억압된 학교생활보다는 편하게 놀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학교 밖을 선택하는 이유와 같다.
학교를 나온 아영이는 한동안 건강 회복에 온 힘을 쏟아야 했고 부모님의 '너는 남들보다 뒤처졌어'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듣게 되어 또 한 번의 위험한 슬럼프를 겪어야만 했다. 아영이가 SOS를 보냈다. 나는 아영이에게 필요한 '온전한 내 편'이 되기로 했고 몇 번의 밤샘 수다로 위로와 객관적 현실, 그리고 계획의 말을 전해주었다. 물론 거기에는 장기간에 걸친 부모님과의 상담도 병합이 되었다. 그 후 아영이는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나 보다. 부모님과 충분히 대화할 기회를 얻었고 욕심 많은 여느 청소년들처럼 이것저것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후 아영이는 청소년센터를 다니며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자신이 만든 첫 작품을 선물하러 사무실로 놀러 오는 활발함을 되찾았다. 또한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싶다는 아영이의 말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을 소개해 주어 그곳에서 신나게 공부하는 아영이를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도 말썽만 피우는 예비 소년범이 아니라 똑같은 청소년이다. 자신을 지지해주고 얘기에 귀 기울여 주며 관심을 가져주는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들은 예비 소년범에서 청소년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누구 하나라도 그들에게 물어보고 먼저 다가가 위로를 건넸더라면 그들이 학교 밖으로 뛰쳐나갈 일도 학교 밖에서 소년범이 될 일도 없다. 따뜻한 소통이 필요한 그들에게 '학교 밖'보다는 '청소년'에 초점을 두며 이제는 우리 어른들이 먼저 다가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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