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드라마 '상류사회' 배우 임지연

'슈퍼을'걸 役 '오포 세대'들에게 희망 메시지

영화 '간신'과 '인간중독'에서 파격적인 연기와 모습을 선보였던 배우 임지연(25). 지난 8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로 드라마 데뷔를 하게 된 그는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수다스럽고, 활달한 인물 '이지이' 역이다. 잘 웃고 털털하며 엉뚱하게 보이기도 하는 캐릭터다.

두 편의 영화에서 임지연이 보여줬던 캐릭터들과는 180도 다르다. 임지연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실제 나와 닮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좋다"고 행복해했다. "사실 정말 드라마 연기를 하고 싶었고, 욕심이 났는데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이라 더 좋다"고 즐거워했다.

"제가 '간신'에서는 관능적이면서 베일에 싸여 있고 강직한 면도 있는 캐릭터를 맡았잖아요. 인물 자체가 무거우면서 상처와 아픔을 가진 여성이었죠. '인간중독'에서도 실제 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저와 비슷한 인물이에요."(웃음)

'상류사회'는 황금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 딸과 황금 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의 용', 두 사람의 불평등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 청춘 멜로드라마다. 임지연은 천성이 착하고 성실해 뭐든지 열심히 하는 푸드마켓 아르바이트생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임지연은 "이지이라는 역할은 항상 갑의 입장에서 사람을 대하는 '슈퍼 을'이다. 이지이는 극 중 고등학교 시절에 왕따를 당했었는데 정작 본인은 왕따인지 모르고 당당하게 지내며 자신을 비타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을이지만 마음만은 갑인 캐릭터라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몰입했다.

드라마 현장은 처음이었다. 영화 현장과는 달리 빨리빨리 돌아가는 게 기본이다. 아직 극 초반이라 그런 일은 없지만 '쪽대본'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사실 처음에는 영화와 다른 촬영 현장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또래 배우들과 처음으로 연기하게 돼 좋아요. 또 아직은 내 나이 또래의, 나와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정말 즐겁게, 연애하듯 촬영하고 있어요."

최근 방송에서 술에 취한 지이는 울다가 웃으며 주정을 부렸고, 재벌가 셋째 아들 창수(박형식)의 옷을 잡아 찢어버리기까지 해 시청자들을 폭소하게 했다.

실감이 났던 그 장면에 대해 임지연은 "실제 내 주사는 대부분 얌전하게 자는 것"이라고 웃으며 "그러다가 집에 간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했다. "사실 촬영 초반이라 그 장면이 연기하기 어려웠는데 PD님과 형식 씨가 많이 도와줬어요. 반응이 좋고 나름 잘 담긴 것 같아 다행이에요."(웃음)

상대역이 박형식이라서 더 다행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까지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형식이는 저보다 한 살 동생인데, TV에서 보던 모습보다 실제가 더 착하고 성실한 친구라는 생각을 정글에 있으면서 많이 했어요. 정글에서도 그랬고, 지금 드라마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고 의지하는 친구예요. 정글에서 같이 고생하던 친구가 바로 다음 작품에서 파트너가 돼 같이 연기하니 반갑고 정말 기쁘다니까요. 호호호."

'정글의 법칙' 얘기가 나왔으니 '정글 엽기녀'가 된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배우라면 꺼릴 만한 쥐와 개구리 등을 서슴없이 먹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었다.

임지연은 "사람들이 얼마 전까지 나만 보면 진짜 쥐고기 이야기만 했다. 어떤 맛인지 궁금해하더라. 그 맛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정글의 법칙'에서가 진짜 내 모습이다. 정글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노력해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웃었다.

꾸밈없이 솔직하고 털털한 매력이 '상류사회' 속 지이와 진짜 비슷하다. 사랑에 대해서는 어떨까.

극 중 지이는 준기(성준)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현실의 임지연은 "창수에게 마음이 더 끌린다"고 했다. 그는 "준기라는 사람도 멋지지만 개인적으로는 허술한 부분이 많기에 2% 부족한 창수를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창수가 좋다"며 웃었다.

'상류사회'는 이제 시작이다. 시청률이 그리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다. 첫 방송 시청률은 지상파 3사 가운데 꼴찌로 시작했으나 3회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앞서 최영훈 PD가 "이런저런 이유로 절름발이 사랑을 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애환을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힌 바 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윤하(유이), 준기, 창수, 지이 등 4명의 얽히고설킨 로맨스가 이어질 전망이다.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로 중년의 사랑을 다룬 하명희 작가가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데뷔 작품에 이어 차기작까지 노출로 주목을 받았던 임지연은 이상한 시선을 받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배우임을 강조한다. 임지연은 "노출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배우로서 당당하게 임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짚었다. 다음 번에도 파격적인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만난다면, 그게 어떤 작품이든 자신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 임지연은 용감하게 도전할 것 같다. 물론 일단은 '상류사회'로 다른 모습을 성공적으로 보이는 게 목표다.

"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며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저의 다른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똑바로 해도 이지이, 거꾸로 해도 이지이~ 끝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웃음)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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