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 황새

김만순(경북 김천시 다남2리)

흔들리는 차창 밖

무논갈이 한창인데

황새 한두 마리씩 보인다

어릴 적 논두렁 지나다

무논에 먼지 같은 흙 동그스름히

검정 치마 속바지에 넣고

검정 고무신 벗어 골뱅이 잡는데

눈부시게 흰 황새가 날아 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다녔다

한 발로 서서

물에 비친 제 그림자 유심히 들여다본다

목을 뺐다 구부렸다

부리 헹구어 날개 속으로 넣기도 했다

날개 펴

앞산으로 날아가 버리고

빈 하늘엔 여운이 남았다

반백년 지나도 그 모습

한 마리 품어 고향 무논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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